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중심가 풍경.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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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에 관여 중인 이란의 알리레자 살리미 국회의원은 AFP에 “우리는 한국 은행권에 78억달러의 자금이 묶여 있다”며 “한국은 이란산 석유를 인도받았지만, 그 대가는 지불하지 않았다.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파트너가 아니며 부적절하게 보유 중인 자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2015년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기 전까지 한국의 3번째 중동 무역 파트너였다.이란은 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주요 석유 공급국이었으며, 한국으로부터 산업 장비, 가전제품, 자동차 예비부품 등을 수입했다.
자금 동결을 풀지 않을 경우 한류 드라마 방영을 중단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란 ISNA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5일 모스크바에서 “한국이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대로 가면 국영방송을 통한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런 의사를 전했다고도 했다.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후 이란산 원유 구매를 중단했다. 당시 미국은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이란산 원유를 구매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주한 이란 대사관에 따르면 같은 해에 이란과 한국의 무역은 120억달러였던 2017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7월 중순까지 한국과 이란의 교역량은 1억1100만달러 수준으로까지 줄었다.
지난 1월 이란 혁명수비대는 한국 국기를 게양 중인 유조선인 ‘한국 케미’를 피랍해 3개월 동안 선장과 함께 억류했다. 표면상 이유는 오염물질 무단 방출에 따른 환경법 위반 혐의였다.이 같은 억류는 한국 정부가 동결한 자금을 강제로 넘겨받으려는 시도로 보였지만, 이란은 관련성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앞서 이란 관영 매체들은 이란 최고지도자가 공식적으로 한국 가전제품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당시 이란 대통령실과 산업광물통상부에 서한을 보내 이란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가전 완제품을 수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서한에서 “한국 기업 2곳이 생산한 가전제품을 수입한다면 국내 전자제품 기업이 모두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에서는 기업명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한국 기업 2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지시는 자국 가전 업체들의 호소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미국의 이란의 대이란제재 복원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한국 기업은 이란에서 사업을 철수했다. 이란은 그 사이 자국 전자제품 기업을 육성해왔다.
이란과 한국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천명한 핵합의 복귀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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