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에 가족 사망" 그 4호선 기관사, 업무배제됐다

서울교통공사. 연합뉴스

지하철 운행 도중 가족이 데이트 폭력을 당해 사망했다고 안내 방송을 한 기관사가 업무에서 배제됐다.

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 측은 서울 지하철 4호선을 운행하면서 자신의 가족이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을 안내방송에서 말한 기관사 A씨를 방송 다음 날 업무에서 배제했다.

공사 측은 업무 규정을 어겨 A씨를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감사를 진행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업무에서 배제된 이후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지난달 16일 지하철 운행 중 방송을 통해 “가족이 얼마 전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했는데 국민청원을 올렸으니 관심 부탁드린다”며 “이런 안내 방송이 불편하시겠지만 이렇게밖에 알릴 방법이 없으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에서 30대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한 뒤 숨진 황모씨의 가족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과 말다툼을 하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지난달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황씨의 유족 측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딸의 어머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당시 글에서 “제 딸을 사망하게 한 가해자는 딸의 남자친구”라며 “가해자는 지난 7월 25일 새벽 2시 50분경, 딸의 오피스텔 1층 외부 통로와 엘리베이터 앞을 오가며 머리와 배에 폭행을 일삼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머리를 잡고 벽으로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도저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고 했다.

유족은 아울러 언론을 통해 딸의 실명과 사진, 딸이 가해자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황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B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B씨는 오는 6일 구속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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