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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친절한 경제] 청년 울리는 '내구제 대출' 뭐길래…빌린 사람도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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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5일)도 김혜민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요즘에 청년들이랑 생활이 어려운 취약 계층들을 노리는 불법 대출? 이런 게 유행하고 있다면서요. (혹시 내구제 대출이라고 한번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저는 한 번도 못 들어봤습니다.

<기자>

저도 최근에 몇 번 들어보기는 했는데요, 이게 내구제, 그러니까 '나를 구하는 대출' 이런 뜻입니다. 그런데 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빚의 수렁에 빠질 수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방식은 대출을 하려는 사람이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가전제품 같은 걸 할부로 사서 이걸 대부업자에게 넘기면 대부업자가 이자를 뺀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줍니다.

그리고 대출받은 사람은 이 할부금을 매달 갚는 식이고요.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내구제 대출을 해준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용도가 낮아도 가능하다. 2차 피해 없다' 이런 문구까지 있어서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 특히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혹하기 쉽습니다.

<앵커>

그런데 김 기자, 설명 들어보면 이게 전형적인 어떤 대출의 형태라기보다는 내가 산 물건을 그냥 이렇게 파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되는 게 어떤 부분입니까?

<기자>

사실 이게 말만 '대출'이지 불법 금융 사기거든요. 대부업자뿐만 아니라 대출을 받은 사람까지 처벌받습니다.

최근에 많이 이용되는 수법은 휴대전화 개통인데요, 자금을 제공하거나 융통하는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다가 업자들이 제시하는 이율은 살인적인 수준입니다. 개통한 휴대전화 기기 원금의 3분의 1 수준의 돈만 받고, 매월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요금까지 갚아 나가야 합니다.

2차 피해도 있습니다. 업자가 유심칩을 가져가서 대포폰으로 판매하면 법적인 문제까지 휘말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출 이용자까지 처벌받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게 '내가 그냥 산 물건을 다시 판다' 이런 개념이 아니군요. 그러니까 이자도 엄청 높고 그러니까 판 나도 불법을 저지른 거고.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처벌을 받을 수 있고요. 이런 상황이라도 정말 급하면 현혹될 것 같아요. 실제 이런 케이스들, 사례들이 있습니까?

<기자>

내구제 대출을 받은 20대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출 만기 연장이 안 된다는 은행 말에 급하게 돈을 구하다가 '내구제 대출'까지 접하게 된 겁니다.

당시 대부업자들은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기기를 넘기면 일부를 현금으로 주겠다"면서 "기기 할부금 등은 안 갚아도 된다" 이런 거짓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신형 휴대전화 3개를 개통해 넘긴 뒤 A 씨가 대부업자로부터 받은 돈은 150만 원 정도였는데요, 현재 단말기 할부금에 통신요금까지 갚아야 할 돈은 금세 900만 원 넘게 불었습니다.

지금은 이 돈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대출 이용자들은 내구제 대출에 한 번 빠지면 빚에서 더욱더 헤어 나오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앵커>

얼마나 급하고 어려웠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기도 한데, 또 빚이 더 많아졌다고 하니까 더 마음이 안 좋네요. 방지 대책은 있습니까?

<기자>

정부는 사실 아직 관련 통계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서 금감원에 내구제 대출과 관련된 통계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갖고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구제 대출 이용자들과 상담을 여러 차례 진행한 기관에 한번 물어봤는데요, 이용자의 상당수가 20대 초반이었고요. 또 무직이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도 많았습니다.

[주세연/광주청년드림은행 센터장 : 소액이 필요해서 대출을 알아보던 와중에 내구제 대출을 받은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당장 생활비나 월세에 30만 원, 50만 원을 구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빌릴 수 없었던 신용의 끝에서 있었던 분들이었고요.]

당연히 정부의 구체적인 방지 대책도 없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불법 대출 광고를 온라인 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층을 노리고 무분별한 불법 광고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불법 광고를 막을 수 있는 명확한 규제를 만드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시급한 상황입니다.
김혜민 기자(kh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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