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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중국발 악재, 걱정없는 K팝 왜? "중국보다 미국에서 더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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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판매량 등 중국 비중 낮아져

일본 이어 미국이 2위국으로 상승

중앙일보

7월 1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거행된 창당 100년 기념대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중국공산당 만세를 외치며 손을 치켜올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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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일본 대체할 성장 시장으로 중국 주목'

2014년 국내 한 경제전문지의 기사 제목이다. 당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 매출은 당분간 출연료 위주의 공연 매출과 방송출연 수입이 대부분이지만, 공연장 시설과 한류 인기를 감안하면 일본 시장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중국은 K팝에 '약속의 땅'이 되지 못했다. 1일 만난 A기획사 관계자는 "더이상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게 어려워졌다"며 "'중국 없는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계륵'이 된 중국

K팝이 중국에 기대를 가졌던 것은 거대한 시장 규모 때문. B기획사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어려움도 있고, 계약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일본처럼 저작권이나 굿즈 문화가 발달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보면 13억이라는 인구 규모는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중국 음악 시장은 확장을 거듭했고, 이는 2016년 한한령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중국 공략을 멈추지 않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아이돌 그룹도 중국인 멤버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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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의 미연, 소연, 우기, 슈화, 민니. 우기는 중국, 슈화는 대만, 민니는 태국 출신이다. [중앙포토]


하지만 잡음도 적지 않았다. 12인조로 출발한 엑소는 중국인 멤버 4명 중 크리스, 루한, 타오 등 3명이 팀을 이탈했다. 앞서 슈퍼주니어의 한경도 마찬가지. 이들은 열악한 환경과 차별대우 등을 문제삼아 계약을 일방 파기했고, 중국에서 독자 활동을 이어갔다. K팝의 다국적화 와중에 유독 중국 멤버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역사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있었다.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항미원조(6·25 전쟁에서 북한을 도와 한반도를 구했다는 시각)'나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SNS 등에서 공개하며 한국팬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달 중국 당국이 외국 국적 연예인과 아이돌 팬덤 문화에 규제 방침을 밝히며 큰 흐름이 달라졌다.『현대중국의 제국몽』을 쓴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나치게 비대해진 민간 영역에 대한 통제 강화에 작정하고 나선만큼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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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MBC 예능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팬들의 반발에 사과문을 발표한 트와이스 멤버 쯔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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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점유율 낮아진 중국

한데 K팝 관계자들은 오히려 낙관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K팝의 시장 다변화가 꼽힌다.

국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음반 수출 현황에 따르면 중국의 점유율은 36.1%(2017년)에서 12.6%(2020년)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2017년만 해도 일본(38.9%)과 중국의 격차는 2.8%포인트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일본(48.6%)과 중국의 격차는 36%포인트로 벌어졌다. '중국이 일본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무색케 하는 수치다. 또 미국의 점유율도 5.3%(2017년)에서 13.8%(2020년)로 2배 넘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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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1년 음반 수출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국에 대한 음반 수출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최근 4년간 1594만 달러(2017년)-1654만달러(2018년)-1354만달러(2019년)-1551만달러(2020년)로 2019년을 제외하고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라진 건 그 외 국가들의 판매다. 일본은 2017년 1717만달러에서 지난해 5993만달러, 미국도 2017년 232만달러에서 지난해 1708만달러로 급증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처음 중국을 제치고 한국 음반 수출국 2위를 기록했다. 이제 중국보다 미국에서 K팝을 더 많이 사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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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음반 수출 총액과 중국 수출액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륙별로도 2017년에는 아시아 92.6%, 북미 5.3%, 유럽 1.8%로 아시아를 제외하면 마켓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시아 비중은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75.8%로 내려가고 북미가 14.2%, 유럽이 8.1%로 올라섰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K팝 피지컬 앨범 수출 국가는 2012년 23개국에서 2021년 88개국으로 늘었다"며 "미국과 기타국가의 비중이 증가한 것은 K팝이 최근 중국발 팬덤 규제와 같은 특정 국가의 사회, 정치적 이슈로부터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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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0년 음반 판매 대륙별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럼에도 중국의 시장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예능 PD는 "최근 Mnet '걸스플래닛 999'을 보면 중국 멤버들이 한국 멤버보다 표를 높게 받는다. 중국 당국의 규제에도 팬들이 온라인 등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사정에 따라 K팝이 휘청이거나 타격을 입는 상황은 이제 지났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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