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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에 '최악 마이너스' 성장…베트남 코로나 봉쇄는 끝났다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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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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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61] 베트남이 3분기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베트남 현지 언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17% 감소했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를 막겠다고 곳곳에서 빗장을 걸어 잠근 베트남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수치입니다. 실제 이날 응우옌티흐엉(Nguyen Thi Huong) 통계총국장은 "지난 3개월 동안 전국 23개 지방이 봉쇄 조치를 시행해 공장이 다수 문을 닫는 바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문별로 보면 코로나19가 남기고 간 상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농림어업 부문은 1.04% 증가했지만 산업·건설 부문은 5.02% 감소했고, 서비스 부문은 무려 9.28%나 감소했습니다.

대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를 중심으로 카페와 식당이 문을 닫은 것은 물론 마트를 이용하려면 통행증을 끊어야 하는 조치를 내렸을 정도이니 -10% 안쪽으로 성장률이 나온 것만 해도 선방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호찌민에서는 베트남 전체 확진자의 80% 이상이 나왔는데 이곳에선 지난달 9일부터 2인 이상 집합 금지, 대중교통 운행 중지 등 초강경 정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전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아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공장이 돌아갈 수 없게 근로자들을 대도시를 떠나 고향에 돌려보내거나 일을 하지 못하게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게 결정적으로 타격을 줬습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성장 목표치를 3.5~4%로 제시했는데 쉽지 않게 됐습니다. 연 성장률 3.5%를 찍으려면 4분기에 9%나 성장해야 합니다. 4%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 10%넘게 성장해야 합니다. 아직 코로나19 국면인 베트남 입장에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최근 베트남 정부의 성장 재개 시나리오는 3개로 압축되는 듯합니다. △신속한 백신 접종 △다낭·푸꾸옥 등 관광도시 영업 재개 △공공투자지출 가속화로 요약됩니다.

무엇보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에서 떠나가려는 글로벌 제조업의 성난 민심을 잠재워야 할 위기에 몰렸습니다. 최근 주베트남 한인상공인연합회인 코참(KoCham)과 미국상공회의소인 암참(Amcham), 유럽상공회의소인 유로참(EuroCham), 미국-아세안기업협회(US-ASEAN Business Council)는 공동으로 베트남 정부에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처신을 잘못할 경우 '중국을 떠나 공급망을 다양화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투자 유치 기회를 놓칠 것이고 결국 글로벌 경제 회복에서도 뒤처질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입니다.

외국기업협회는 "회원의 20% 이상 기업이 이미 일부 제조 기반을 다른 나라로 이전했고 추가 계획을 논의 중"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팜민찐 베트남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후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한 번 이사가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공급망을 변경하면 굳이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올 이유는 없습니다. 또 협회는 공동으로 "재개방과 회복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없으면 추가 투자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빨리 '위드 코로나'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코로나19 이후 삶에 대해 마스터플랜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는 '위드 코로나' 계획을 현실에 옮기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그 명분은 당연히 백신 접종일 것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베트남에 백신 100회분을 기증한 바 있는데요. 베트남은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백신을 조달받으며 이를 통해 경제 회복을 꾀하는 중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심지어 쿠바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압달라'까지 수입했습니다. 최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은 쿠바를 방문해 백신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최소 500만회분의 백신을 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베트남 정부가 구매한 90만회분에 더해 쿠바가 기부한 15만회분이 추가돼 초도물량이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에 더해 베트남 기업이 자체 개발하는 '나노코박스' 백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등 백신 확보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국민 일부는 그나마 검증된 화이자나 모더나 등 선진국 백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 향후 일정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베트남 은행에 다니는 베트남인 A씨는 "나노코박스를 비롯해 중국 시노팜, 쿠바 압달라는 현저히 선호도가 떨어진다. 이들 백신이 부작용이 크고 코로나19 예방 효과도 떨어진다는 소문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돌이켜보면 베트남 정부는 당장의 코로나19 확산에 너무 놀란 나머지 경제를 통째로 멈춰버리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코로나19를 막았으면 됐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했습니다.

사상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에 외국계 기업들의 집단 반발, 신흥국 백신 거부감 등 베트남 정부가 직면한 어려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고비를 제대로 넘지 못하면 2021년은 베트남 역사에 '베트남 경제성장 동력을 크게 잃어버린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노이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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