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호프집 사장, 전남 여수의 치킨집 사장, 대구의 닭꼬치집 사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지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원룸을 빼서 직원 월급을 주고 극단적 선택을 한 마포 호프집 사장의 사연이 알려진 후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제보를 받았더니 사흘만에 22명의 사연이 모였다고 한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남 일 같지 않다” “나일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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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은 ‘감염병의 비극’이라기 보다는 ‘정책의 비극’에 가깝다. 취재진은 <“여기선 코로나로 2억원씩 받았죠”...세도시 사장님 이야기>를 통해 해외 선진국 자영업자들이 얼만큼의 코로나19 보상·지원금을 받았는지 살펴봤다. 프랑스 파리, 미국 애틀랜타,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의 식당 운영 자영업자들(한국 교민)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받은 지원금은 한화로 각각 1억1300만원(파리), 1억9000만원(도쿄), 2억1000만원(도쿄), 1억1000만원(캐나다), 2억8000만원(미국)이었다. 최소 1억원씩 받은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충남 천안에서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허희영씨(45)가 받은 지원금은 600만원이다.
네 도시의 사장님(토론토, 파리, 도쿄, 애틀란타의 한국 교민 자영업자)은 현재 무리 없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빚을 지지는 않았다. 반면 충남 천안의 허씨의 채무는 현재 사채빚만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은 방역 선진국이었지만, ‘재정대응’의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다른 길을 걸었다. 프랑스·미국·캐나다·일본은 코로나19 재정지출에 국내총생산(GDP)의 9.6%(프랑스), 25.4%(미국), 15.9%(캐나다), 16.5%(일본)를 투입했다. 한국의 코로나19 재정지출 규모는 4.5%였다.
현재 한국의 국가부채는 GDP의 48.7%(지난해 기준) 수준으로, 선진국들(미국 133%, 프랑스 116%, 일본 225%)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지켜내고 있다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국가부채는 GDP의 절반 수준이지만, 가계부채는 GDP의 100%를 넘겼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분석도 나왔다.
취재에 응한 해외 교민 자영업자들은 한국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자신이 받은 지원금의 내역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이런 방안이 나왔다면 타당성 가지고 싸울 것이고 수혜 대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한참을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면서 “캐나다는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라 재정만 건전하면 국민들은 다 빚쟁이가되고, 파산을 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자영업자는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고용한 사람들이고, 이익이 발생하면 각종 세금을 내고 온갖 부담을 진다”면서 “왜 다른 사회구성원들이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물론 한국과 이들 국가는 경제 구조가 다르다. 특히 한국은 자영업자 규모가 큰 편이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을 보면, 한국은 24.5%로 미국(6.3%), 캐나다(8.6%), 일본(10%), 프랑스(12.4%)의 2~4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개별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지원금이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상자의 수를 따지기 전에, 한국이 코로나19에 투입한 재정은 이미 이들 국가의 절반 수준(GDP 대비 비중)이었다. 국가가 재정을 아끼니 자영업자 몫이 처음부터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은 자영업과 생계가 얽힌 시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므로 이들의 파산 위험을 더 중요하게 다뤄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한 자영업자들에게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보상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전대미문의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국가 재정을 아낀 선택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해외 교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를 견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자영업자 현실을 들여다본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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