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부동산 이모저모

[issue Inside] 中 제2 부동산 기업 헝다 디폴트 위기… 중국發 ‘민스키 모멘트’로 제2 리먼 사태 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 중국의 헝다그룹(차이나 에버그란데)의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며 위기가 더 넓은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투자자들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헝다그룹은 한때 3050억달러의 빚을 졌고, 현재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투자자들은 헝다그룹의 붕괴가 중국 금융 시스템에 체계적 위험을 초래하고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헝다그룹은 지난 9월 23일 기한이 도래한 달러 사채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동망(東網) 등은 “헝다가 미국 동부시간으로 전날 저녁까지 20억달러 사채 보유자에게 이자 8353만달러(약 980억원)를 갚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채권 이자 지급일로부터 30일 이내는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간주하지 않지만 헝다의 지급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금이 갔다.

하루 앞서 헝다그룹은 이자지급일이 도래하는 위안화채권 이자는 정상결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헝다는 같은 날 지급해야 하는 위안화채권 이자 역시 2억3200만위안(약 421억원)으로 지난 22일 채권자들과 협의해 이자 일부만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헝다는 오는 29일에도 4750만달러(약 557억원)의 채권 이자 지급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발 민스키 모멘트 오나

최근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기업의 규모와 파급력 때문이다. 헝다그룹은 매출 기준으로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이며, 지난해 기준 중국 주택 시장의 4%를 차지하고 중국 내 최대 역외 채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세계 280개 도시에서 1300여 개 부동산 프로젝트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부채 규모는 1.95조위안(약 3000억달러)으로 중국 GDP의 2%에 달한다.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는 지난 7월 이후 불거졌다. 헝다그룹의 8353만달러 이자 상환에 대해 홍콩에서 HSBC와 SC은행이 헝다그룹 채권자와 부동산 소유자들에게 대출연장을 불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식에 헝다그룹 채권가격은 70% 이상 하락했다.

여타 부동산업체들의 채권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홍콩에 상장된 헝다그룹 주가는 2016~2017년 수준까지 하락했다. 계열사들 주가도 마찬가지로 곤두박칠쳤다.

올 상반기 기준 헝다그룹의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1.95조위안과 1.75조위안으로 유동비율이 100%를 넘지만 유동자산의 60%가 넘는 1.28조위안이 공사 중인 부동산이다. 분양 등을 통해 현금화해야 하지만 회수 시기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부채의 80% 내외는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부채로 구성돼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 상환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중국 당국은 헝다그룹이 결제기일이 도래하는 이자를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경고에 나섰다. 실상 중국 정부는 과도한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부동산대출 한도 규제를 도입하여 부동산업에 과도한 유동성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왔다. 또한 부동산 개발사가 준수해야 할 재무안정성에 대한 3가지 ‘레드라인’을 도입하면서 그동안 과도한 부채조달로 사업 확장을 해왔던 부동산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3가지는 자산 대비 부채 70% 이하,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70% 이하, 단기차입금 대비 현금성 자산 100% 이상 등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규제는 기업들의 레버리지(부채비율)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159% 수준이다. 이는 과거 버블 붕괴를 겪었던 1990년대 일본의 147.6%와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과 태국의 113%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다. 과도한 부채로 쌓아 올린 경제구조가 한순간 무너지는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에 대한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이유다. 민스키 모멘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은행들이 보여준 탐욕을 분석했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의 연구에서 따온 것으로,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며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을 가리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부채비율은 459%(올 6월 기준)로 중국 1위 차이나 반케(Vanke)의 부채비율은 137%이나, 중국 A주에 상장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평균 부채 비율이 387%에 비해 높다”며 “1997년 외환위기의 전조였던 한보그룹(2086%)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후 국내 30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518%였던 점을 감안하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 “제2의 리먼 사태 가능성 낮아”

헝다 그룹의 여파가 세계 금융권과 신용 상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대형 부동산 업체인 헝다가 디폴트 사태를 맞게 되면 경제 전반에 연쇄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현재 헝다그룹은 중국 내 171곳의 은행과 121곳의 금융 기관으로부터 돈을 차입한 상태다. 협력업체의 숫자도 수천여 개에 달해 파산할 경우 이들 기업의 줄도산, 수십만 명의 고용불안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헝다의 달러 채권이 200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헝다가 디폴트 사태를 맞을 경우 이 채권을 보유한 수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까지 금융 및 신용 시장뿐만 아니라 위기가 중국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다른 분야에서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헝다 사태는 중국 내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도 헝다 사태가 제2의 리먼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뉴욕 에버코어 ISI의 고정 수입 전략가 스탠 시플리는 로이터를 통해 “에버그란데의 부채와 다른 세계 금융 관계자들의 부채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위기의 전염 위험은 작다. 중국은 파산이나 구조조정을 약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재정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이러한 예상에는 헝다그룹의 파산 우려가 중국 정부의 오랜 정책의 결과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IMF 외환위기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헝다 사태는 지난해 8월 제정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레버리지 규제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또한 리먼 사태는 미국 부동산 경기가 하강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금융기관들의 손실이 커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면 아직 중국 부동산 시장은 견조하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수요 억제 정책으로 가격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주택 재고는 2015~2016년 직전 하강 사이클보다 적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중국 단기금리를 의미하는 7일 레포 금리나 시보(Shibor)금리는 급등하지 않고 있으며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났다면 단기 자금 시장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헝다그룹의 차입금 규모는 은행대출 시장에서의 비중이 0.35%에 불과하고, 은행대출의 상당 부문은 부동산 등의 담보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은행들의) 직접적인 손실 규모는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미국 대형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의 실패와는 그 규모와 금융 시장에서의 연계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파산 위기 중국 헝다그룹 본사 지키는 공안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제된 철거?’ 중국 정부 개입 중요 유동성 확보 없이는 장기 리스크로 변이

문제는 이번 헝다 사태가 장기적인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헝다 사태가 올해 중국 4분기와 내년 1분기 추가적인 경기 하향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향후 2년간 18조위안 이상의 부채를 줄여야 한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토지 매입은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고 중국 경기와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허재환 연구원은 이에 대해 “중국 GDP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가 넘어 당연히 중국 정부가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며 “다만 중국 정부의 개입 시점과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시진핑 주석이 이전보다 기업들에 대한 암묵적인 보증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중국 신용 시장과 위험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정부의 개입에 대한 의구심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2019년 바오샹 은행 파산 등에서 나타났던 중국 정부의 개입이 뚜렷하지 않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 및 디레버리지 기조하에서 헝다그룹 파산을 시범 사례로 허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산운용사 3곳을 인용해 헝다그룹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전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롬바르드 오디에의 호민 리 아시아 거시 전략가는 “헝다그룹이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주식 및 채권 투자자를 위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현재 헝다그룹이 처한 상황은 ‘통제된 철거’”라고 정의했다. 또한 그는 중국 정부의 개입 시기는 헝다그룹의 디폴트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의 채무 조정과 잠재적인 디폴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로더는 보고서를 통해 “헝다그룹 디폴트는 널리 예측됐으며 중국 당국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국유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