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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가스 우회 수출은 안돼”…우크라, 러-헝가리 계약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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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경유 가스관 통행료 감소 가능성

우회 가스관 이용 움직임 두고 반발


한겨레

헝가리 외교부장관 페테르 시야르토가 27일 부다페스트 외교부 청사에서 러시아 가스프롬의 부회장 엘레나 부르미스트로바를 안내하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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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가스관으로 천연가스 수·출입을 추진하자, 우크라이나가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등 관련국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국영회사 가스프롬은 27일(현지시각)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앞으로 15년 동안 헝가리에 천연가스를 매년 45억㎥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번에 계약한 물량은 헝가리 연 수요량 90억~100억㎥의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이들 천연가스는 35억㎥는 세르비아를 통해, 10억㎥는 오스트리아를 통해 공급된다. 러시아와 터키를 흑해 해저로 연결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을 이용하는 노선이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다음달 1일부터 헝가리가 터키 스트림 가스관과 남동부 유럽 가스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은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과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경유 유럽행 가스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건설한 가스관이다. 러시아는 유럽행 천연가스의 수송 용량을 높이기 위해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도 최근 완공해 곧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 천연가스가 자국 경유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되면서 거액의 통행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정치·군사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우회하는 노선을 잇따라 가동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러시아-헝가리의 계약에 대해 “순전히 정치적이고 경제적으로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이번 계약으로 헝가리-우크라이나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이번 계약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유럽위원회에 유럽의 에너지법을 존중한 계약인지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헝가리 외교부 장관 페테르 시야르토는 내정 간섭이라고 발끈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에너지 안전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안보, 주권, 경제의 문제”라며 “정치적인 성명으로 집에 난방을 가동할 순 없다”고 공박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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