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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50개 단체 “언론중재법 저지”... 국회 앞에서 네번째 범국민 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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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걸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대자보.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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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가) 진실하지 않은지는 누가 판단합니까, 민주당이 판단합니까?”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이영풍 ‘언론독재법 철폐투쟁을 위한 범국민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집행위원장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국회 정문 앞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민단체, 법조단체, 언론사 노조 등 250여개 단체로 구성된 공투위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범국민 필리버스터’를 열었다. 60명이 넘는 시민들의 1인 자유 발언이 자정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한 달만에 열렸다. 그동안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8인 협의체 회의가 11차례 열렸음에도, 26일 최종 합의안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막판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달 국회의장 주재로 협의한 대로 오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상정·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한도를 ‘손해액의 최대 5배’에서 ‘5천만원 또는 손해액의 최대 3배 중 큰 금액’으로 고치고, 법의 근거를 ‘허위·조작보도’가 아니라 ‘진실하지 않은 보도’로 삼는 수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진실하지 않은 보도’라는 근거가 언론사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더 넓게 만든다고 반대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이재오 전 의원은 “한 당(黨)이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야당과 협상을 무시하고, 법을 밀어붙이는 건 아마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겁니다”라며 “앞으로 민주당에게 결정적으로 타격이 가는 기사들을 봉쇄하기 위해서 지금 무리를 해서 법을 만드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정권이 온갖 언론 탄압을 해도 이 나라 언론은 민주주의를 포기한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권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을 만들려고 하는데, 우리 민주주의를 지키는 국민 여러분들이 이걸 보고 있으면 되겠습니까?”라고 했다. 유승민 대선후보 캠프의 최웅주 대변인은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가 전제돼야 하는 제도이며, 이를 지키지 않는 민주당의 행태는 굉장히 잘못”이라며 “이번에 양당 합의체가 불발된 데 대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해온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올 것을 촉구드린다”고 했다.

교육, 종교 등 시민단체 인사의 발언도 이어졌다.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정교모) 대표인 이제봉 울산대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일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말로는 허위보도나 여러 피해를 막는다고 하지만, 진실, 사실, 의견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언론에 관련된 고소와 고발 남발하는 권력자와 정치인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구사할 것이다”고 했다. 강석정 목사는 “(이 법은) 국회의원이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는 법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발언대 뒤편의 화이트보드에는 대학생 단체들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수도권 6개 대학 연합 동아리인 ‘대학생공정방송감시단(대공감)’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패러디 해, ‘언론중재법게임’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공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늑대들이 조율하는 양들의 언론환경, 민주당에게 허락받는 저널리즘”이라며 “위정자의 삶은 유한하다. 당신들이 늙고 병들었을 때 우리는 역사의 심판이라는 영수증을 보내줄 거다”고 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가짜뉴스를 잡겠다면서 메이저 언론사와 방송사만 주요 처벌 대상인 것은 이 법이 지닌 가장 치명적 문제”라며 “법이 통과되면, 소송이 두려워 누가 용기 있게 공정한 소식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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