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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름 나를 운전사가 없네… 英 ‘주유소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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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코로나로 트럭기사 부족

24일부터 英 전역서 혼란 야기돼

비상조치로 軍 동원, 기름 운송키로

영국이 휘발유 공급 부족과 사재기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BBC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각) 영국 휘발유소매상협회는 5500곳에 달하는 개인 소유 주유소 중 3분의 2곳의 휘발유가 고갈됐다고 밝혔다. 영국 전역에 1200개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는 석유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자사 지점 중 3분의 1의 휘발유가 동났다. BP 측은 일부 주유소를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다.

BBC는 주유소 네 군데를 들러도 기름을 넣지 못해 출근을 못 할 뻔하거나, 여섯 군데를 갔지만 주유하는 데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주유를 하기 위해 최소 1시간을 기다리고, 런던 한 주유소에서는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휘발유를 가득 채운 사람에게 주먹을 휘두른 사건도 벌어졌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영국 수퍼마켓 체인 아스다는 1인당 주유 한도를 30파운드(약 4만8000원)어치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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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한 주유소 앞에 주유를 하기 위한 차량들이 행렬을 이뤘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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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휘발유 대란은 지난 24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영국 전역에서 휘발유를 확보하기 위해 기름이 남아있는 주유소마다 차량이 밤새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랜트 샙스 영국 교통부 장관은 “영국에 기름이 부족하지 않다. 평소대로 사람들이 행동한다면 대기 행렬 혹은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앞으로 최소 5일간은 휘발유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이번 휘발유 대란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코로나로 인한 트럭 운전사 부족 현상으로 영국 내 물류 이동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영국 내 트럭 운전사는 원래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트럭 운전사의 상당수를 차지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귀환한 데다 브렉시트로 인해 새로 유입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사무실 근무 직원 수를 줄여달라며 운전면허 발급·관리 기관 직원들이 파업을 하면서 대형 트럭 운전면허 시험이 여러 차례 취소되고, 면허 갱신 업무마저 지체되면서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는 한층 커졌다. 현재 영국 내 원활한 물류 이동을 위해 필요한 트럭 운전사 수에 비해 약 10만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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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가 동나 '사용 정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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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크리스마스 성수기가 다가오면 이 같은 문제가 심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비상 조치로 트럭 운전사 5000명에게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임시 비자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더 타임스는 27일 영국 정부가 군에 기름 운송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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