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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 돌파구 되나… 화웨이 부회장 1028일만에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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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3년째 캐나다에 구금해온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晚舟·49)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를 25일(현지 시각) 전격 석방해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중국에 구금돼있던 캐나다 시민 2명과 맞교환한 방식이다. 화에이 창업주의 딸로 ‘화웨이 황태녀’로 불린 멍의 구금은 최근 수년간 격화된 미·중 갈등의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미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 화웨이가 이란에 통신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금융 사기 혐의였다. 이듬해 미국이 멍을 정식 기소하고, 멍은 캐나다 법원에서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거부하는 소송을 벌이며 2년 9개월간 전자 발찌를 차고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4일 미 법무부가 멍 부회장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하는 ‘기소연기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뉴욕시 브루클린 연방지검이 기소연기합의서를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제출했고, 멍 부회장은 원격 화상회의 방식으로 법정에 출두해 이란에 대한 부품 수출과 관련한 사실을 HSBC 은행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 등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기소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멍에 대한 형사고발은 2022년 12월 1일부로 기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중국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취했던 대중 공세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판단하에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연금 중인 밴쿠버의 집을 나서고 있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그는 지난 2년9개월여간 일부러 전자발찌가 눈에 띄게 착용해 중국의 반미 민심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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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부회장은 25일 밤 캐나다 범죄인 인도 신청이 기각되자마자 곧바로 화웨이 본사가 있는 중국 선전으로 떠났다. 중국 정부가 보낸 에어차이나 전세기 편이었다. 캐나다에서 체포된 지 1028일 만이었다. 귀국장은 국빈급 의전을 방불케 했다. 비행기 트랩엔 붉은 카펫이 깔렸고 수백 명이 중국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비행기에서 내린 멍 부회장은 “평범한 중국 국민으로서 3년간 이국에 머물며 매순간 당과 조국, 인민의 관심과 보살핌을 느꼈다”며 “(나의) 신념에 색에 있다면 분명 중국홍(中國紅·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 국민의 안위에 관심을 보여준 것에 깊이 감동했다”며 “조국은 우리의 가장 강력한 방패”라고 했다.

중국은 멍완저우 송환을 ‘대미 외교의 승리’로 자찬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사건은 중국 첨단기술 회사들을 억누르기 위한 동기에서 나온 중국 시민에 대한 정치적 박해”라고 했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인민은 외부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예속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인민의 중대한 승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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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간첩 혐의로 구금돼있던 캐나다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이 25일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해 부인과 포옹하고 있다. 중국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구금에 대응해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해 캐나다 시민들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구금해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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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는 25일 멍씨가 석방된 직후, 캐나다의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와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을 추방 형식으로 석방했다. 트뤼도 쥐스탱 캐나다 총리가 이날 캘거리 공항에 나가 이들을 직접 포옹하며 맞이했다. 이들은 2018년 멍씨가 캐나다에서 체포된 지 10일 만에 중국 당국이 특별한 근거 없이 ‘간첩 혐의’로 체포해 수감해 왔는데, 이번에 미국과 캐나다, 중국 간에 멍완저우와 캐나다 시민들을 동시 석방하기 위한 3각 협의가 물밑에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그간 “사람을 협상 카드로 쓴다”는 미국·캐나다의 비판에 대해 멍완저우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해왔으며 이날도 스페이버와 코브릭의 석방 사실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이 멍 부회장을 처벌하지 않고 풀어주면서 미·중 관계가 일부 해빙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그간 미국에 멍완저우 인도 요청을 취소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한 것이 관철됐다며 “미·중이 긴장 속에서도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미 블룸버그통신도 “이번 멍완저우 석방이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중 갈등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호주·영국이 참여하는 중국 포위 동맹 오커스(AUKUS) 출범과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으로 미·중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멍완저우라는) 다른 핵심 분쟁 하나를 제거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8개월째 미·중 대면 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양국 관계가 악화돼있고, 반도체·5G(5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 기술 등에서 양국 대결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멍완저우 석방이 결정된 지난 24일엔 백악관에서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한 미국·호주·일본·인도 4국 정상이 첫 대면 회담을 개최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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