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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태평로] 프리미어 리그서 동네축구 하는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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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검찰 ‘동네스타’ 李, 尹… 대선 프리미어 무대 직행했지만

실력 돌파 대신 지지층 결집 몰두… 대장동·고발사주 시험 문제 외면만

조선일보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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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승원의 ‘GSGG 사태’를 묵과할 수 없는 건 욕설이 아니라 해명을 빙자한 말장난 때문이다. 김승원은 ‘GSGG’가 ‘Government serves general G’라고 했다. “정부는 일반의지에 복무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국민을 만만하게 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민주당 공천에 관여했던 핵심 인사는 “판사 출신에 청와대에서 일했다기에 공천을 줬다”며 “이번에 보니 정말 수준 이하”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그에게 정치가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총선에서 상대 후보를 20%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코로나 때문에 배지를 쉽게 달았다고 ‘코돌이’라고도 불린다. 친문(親文)이라는 집단에 이름을 올리면 공천부터 당선까지 고속도로였다. 당선 이후엔 핵심 지지층 입맛에 맞는 말과 행동만 잘하면 됐다. ‘GSGG’라는 욕설은 국회의장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언론중재법 실패는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지지층에 대한 변명이었다.

우리 편만 결집하면 된다는 ‘김승원 현상’은 대선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대장동 게이트와 고발 사주라는 시험 문제를 받았다. 부동산 불로소득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이 지사나 검찰 독립을 내걸고 정권과 싸웠던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여간 난처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장동 문제는 공공 환수라는 홍보와 달리 특정 업자들에게 천문학적 이익이 돌아갔다. 업자들은 돈을 주체하지 못해 고문료로, 유력 정치인 자제의 ‘퇴직금’으로 뿌렸다. 검은돈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 지사는 “공공 환수는 제대로 했고 민간의 일은 모른다”며 언론 탓만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거론된 고발 사주 문제는 현직 검사와 야당 정치인 사이에 ‘부당 거래’ 정황이 구체적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초기부터 “정치공작”이라며 구체적 설명을 거부했다. 두 사람은 두 사건이 진행될 때 최고 책임자였다.

두 사람은 시험 문제를 차분히 풀기보다는 “시험을 낸 의도가 뭐냐” “나에게만 편파적 문제를 냈다”며 우리 편 결집에만 집중했다. 문제 풀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안중에 없이 시험지를 쫙쫙 찢어버렸다. 대선 경선을 앞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보여준 모습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지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인다.

동네 축구의 본질은 한마디로 ‘우기면 된다’ 정도 되겠다. 심판이 반칙을 선언해도 선수들과 관중이 항의하면 쉽사리 판정을 번복한다. 그래서 동네 축구에선 얼마나 큰 목소리를 내고 분위기를 우리 편에 유리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이 지사나 윤 전 총장은 각각 성남시와 경기도, 그리고 검찰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동네 스타’였다. 동네 축구에서 성공 신화를 바탕으로 대선이라는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직행했다.

그러나 동네 축구의 성공 방식을 프리미어 리그에서 그대로 써먹다간 바로 레드카드를 받는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눈에는 지금 깃발을 흔들고 폭죽을 쏴대는 우리 편 ‘훌리건’들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프리미어 리그에선 선동보다 실력이 우선이다. 빗장 수비를 뚫는 건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이다. 거기에 TV로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야 한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지금이라도 동네 축구를 접고 대선이라는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맞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우상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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