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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에도 배관공이 부족한 까닭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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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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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부터 대면수업이 재개되어 오랜만에 연구실에 나오고 있다. 마침 더 넓은 연구실로 옮기게 되었는데, 오랫동안 비어 있어서 손볼 곳이 많았다. 특히 벽이 훼손된 곳이 있어 미장공의 손길이 필요했는데,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다. 오래 비워둔 오피스가 많아 일이 밀린 탓도 있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 더 그렇다는 설명이다. 7만 명의 직원과 학생이 일하고 공부하는 388동의 건물이 있는 대학에 고용된 미장공이 딱 세 명이란다. 더 고용하려고 해도 솜씨 좋은 미장공 찾기가 쉽지 않단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주 연구실 벽을 깔끔하게 수리해 준 미장공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내가 일하는 대학만의 사정은 아니다. 팬데믹 이후 집을 고치는 이웃들이 많은데, 일손이 없어 몇 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다. 사실 전문 기술을 가진 숙련공, 특히 건설 관련 기술직 인력 부족은 미국에서 제법 오래된 문제다. 배관공, 전기공, 목수 등은 상당한 고임금 직종이지만 만성적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배관공의 연 평균임금은 6만 달러가 넘고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젊은 나이에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을 올리는 경우도 많지만 인력 충원이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국에서도 대학이 성공적 삶의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낮아진 것도 한 원인인 듯하다.

사회학자들이 사용하는 직업위신점수라는 것이 있는데, 설문조사 응답자들에게 직업 목록을 보고 사회적 지위에 따라 점수를 주도록 한 뒤 그 평균값으로 각 직업의 위신점수를 계산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배관공의 위신점수는 백점 만점에 49점, 전기공은 54점인데, 평균소득이 비슷한 초·중교 교사는 85점이다. 예수님이 사목을 시작하기 전 직업이 목수였다는데, 성직자의 위신점수는 86점, 목수는 49점이니 계층 상승을 했다고 해야 할까?

직업위신점수를 예측하는 요인은 소득과 학력으로 요약되는데, 즉 사람들이 생각하는 특정 직업의 사회적 위상은 소득만큼이나 그 직업 종사자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기술직 인력 부족은 돈보다 일에 대한 대중의 인식, 특히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 소위 육체노동에 대한 문화적 태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장의 목소리도 이런 가설을 지지하는데, 최근 본 뉴스에서 인터뷰한 배관공들은 손을 더럽히는 육체노동이라는 편견 때문에 고임금을 제안해도 젊은 인력의 채용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이라는 이분법은 노동의 성격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즐겨 보는 공공방송의 '이 오래된 집'이라는 낡은 집을 리모델링하는 프로그램의 노련한 목수 톰 아저씨가 하는 일을 보자면 대학교수인 내가 하는 일보다 더 많은 판단과 지식을 요구하는 고도의 지적 노동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직업에 대한 문화적 태도는 임금 격차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 바꾸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삶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소중한 노동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지구화와 자동화 시대를 살아갈 젊은 세대의 직업 선택의 폭을 더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변화를 위해 우선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이라는 낡은 이분법부터 폐기하면 어떨까?

한국일보

임채윤 미국 위스콘신대학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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