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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기후위기와 범죄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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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사회갈등은 깊어진다. 일부 연구에선 여름철 기온 1도 상승이 인구 10만명당 32건의 폭력 범죄를 증가시킨다고 설명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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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최우리ㅣ기후변화팀장

추석에 비가 온 적이 있던가. 가을비는 장인의 수염 밑에서도 피한다는 속담처럼 그 양이 적다 했는데, 충북 청주 시가에서 눈을 뜬 올해 추석은 창밖으로 물안개가 자욱해 더욱 생소했다. 기상청 통계를 보니 지난 21일 강수량은 서울 68㎜, 청주 36㎜, 부산 7.9㎜였다. 새벽에 내린 빗소리가 몇해 전 라오스의 한 소도시로 떠났을 때 들은 빗소리와 닮아서였을까. 조만간 추석도 여름에 속해 차례상에 사과나 배가 아닌 수박과 복숭아를 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생선을 구웠다.

청명한 가을의 절정인 추석에 내린 비만큼이나 올해 9월24~25일 세계 각 나라에서 이어졌던 ‘글로벌 기후파업’도 인상적이었다. 독일 베를린에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등장했을 때 모인 시민들의 모습은 록페스티벌에서 본 장면 같았다. 툰베리와 3년째 전세계 동시 기후행동을 기획하고 있는 청소년기후단체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이번 시위의 테마를 “시스템을 전복하라”(#UprootTheSystem)로 정했다. 기후위기 문제의 책임이 선진국과 기성세대, 부유한 이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작은 저개발국과 미래세대, 빈민이 나서서 현재의 시스템을 전복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메시지이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기후위기 그 자체뿐 아니라 기후위기로 발생할 사회갈등 상황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고 희생될 이들이다. 그런 이유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근본적으로 불평등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운동이다. 과거 유럽에서 68세대가 한 시대를 이끌었듯이 기후세대가 새로운 세대가 될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사회갈등은 심화된다는 점에서, 자연과학자들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범죄학도 그중 하나이다. 지난해 라광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낸 논문 ‘기후변화와 범죄발생, 국내외 연구 추세와 형사정책적 함의’를 보면, 학계에서는 더위가 신체 흥분과 불편함을 불러 공격성을 증가시킨다고 인정하고 있다. 일부 연구는 여름철 1도의 기온 상승이 인구 10만명당 32건의 폭력 범죄를 증가시킨다고 설명한다. 특히 최고기온이나 상대습도의 증가가 가정폭력을 포함한 폭력과 강제추행을 증가시켰다. 냉난방이 자유롭지 않은 저소득층 가정 내 여성과 아동의 폭력 노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강간의 경우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이상기후로 인한 지역, 국가 단위 폭력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연구도 눈에 띈다. 13~17세기 이어진 소빙하기 당시 유럽에서 식량과 식수의 고갈로 많은 주민이 기근에 시달린 탓에 폭력과 사기, 절도 등 범죄가 늘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여러 나라를 거쳐 흐르는 강이 고갈된다면 국가 단위의 폭력 상황, 전쟁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2009년까지 이어진 시리아의 극심한 가뭄이 내전을 키웠고 난민 문제로 이어졌다.

코로나19로 거리에 인적이 줄어든 오늘은 폭염과 한파, 폭우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기후위기 시대와 이미 유사하다. 이 논문도 “기후변화의 범죄발생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기후변화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개인 및 집단과 기성세력 간의 갈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기후변화의 범죄학적인 영향은 사회계층 등 집단에 따라 차별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개발국과 사회 약자를 위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글로벌기후행동이 힘을 받는 이유는, 기후 문제가 사회, 나아가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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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4일 뉴욕에서 벌어진 글로벌 기후파업. 펼침막에 보이는 “시스템을 전복하라”(#UprootTheSystem) 구호가 이번 시위의 테마였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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