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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신고 뒤 3년5개월, ‘머투’ 기자에게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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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속상사 성추행·직장내 괴롭힘 신고 뒤

회사, ‘확인불가’ 결론 뒤 피해자 인사 조처

사건 보도되자 사내통신망서 ‘2차 가해’ 의혹

노동부·법원, 피해사실 인정…검찰, 머투 대표 기소

머니투데이 “인정 어렵고 정식재판 청구 검토 중”

피해자 “사과하고 책임질 때까지 싸울 것”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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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언론사 <머니투데이>의 미래연구소 소속 기자였던 ㄱ씨가 회사에 직속상사의 성추행 피해를 알린 지 3년5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수사기관과 법원은 ㄱ씨의 성추행 진술이 ‘매우 신빙성있고 구체적’이라며 피해사실을 인정했고, 지난 14일 검찰은 머니투데이가 성추행 신고 뒤 ㄱ씨에게 부당한 인사발령 등 불리한 조처를 했다며 회사 법인과 대표를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3년째 휴직 중인 ㄱ씨는 아직까지 회사로부터 부적절한 조처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도, 사과도 받지 못했다. ㄱ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머니투데이가 제게 한 부당한 조처들과 2차 가해에 사과하고 책임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머니투데이 관계자는 “부당전보 등은 인정할 수 없고 법정에서 다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추행 피해 신고 뒤에도 가해자가 ‘근태관리’

ㄱ씨가 처음으로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린 것은 2018년 4월이다. 미래연구소장이자 직속상사였던 ㄴ씨가 연루된 다른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응했다가 자신의 피해사실도 터놓게 되었다. ㄴ씨가 평소 자신에게 술을 강권하는 등 입사 후 지속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해왔다는 게 ㄱ씨의 진술이었다

하지만 공식조사가 시작된 뒤 피해자·가해자 분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인 ㄱ씨는 다른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가해자인 ㄴ씨는 ㄱ씨의 부서장 신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업무지시를 고충처리위원장인 다른 간부를 통해 전달했을 뿐이다. 공간의 분리만 이뤄졌을 뿐 업무지시가 하달되는 상급자·하급자 관계가 유지된 셈이다.

ㄴ씨는 다른 간부를 통해 ‘외부 취재 없이 타사 기사를 참고해 기사를 매일 하나씩 작성하라’는 형식적인 업무지시를 내렸다. 또 매일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피해사실 신고 전까지는 받아본 적이 없던 ‘근태관리’였다. ㄱ씨가 부당한 처우라고 항의하자 해당 간부는 “본인(ㄱ씨)도 부서장(ㄴ씨)으로부터 지시 불이행, 근태 불량 등으로 인사위원회에 넘겨져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몇달 뒤 가해자 ㄴ씨는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조사에서 “진정인(ㄱ씨)의 업무태만·근태 불량·데스크의 지시 거부 문제가 있으니 회사에 징계를 요청했으며, 근무 태만으로 징계하기 위해 증거가 축적되어야 하니까 근태관리를 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사실 조사 착수 직후 회사가 ㄴ씨의 요구에 따라 오히려 ㄱ씨의 근태를 관리해왔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진술이다.

머니투데이는 ㄱ씨가 최초 면담에서 성추행 이슈를 주요하게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후 조처도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준해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관계자는 <한겨레>에 “ㄱ씨가 처음에 주요하게 문제제기한 것은 성희롱이 아니라 취재비 미지급과 술자리 강요 등 직장 내 갑질 문제였다. 당시 직장 내 갑질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공간을 우선 분리한 것”이라며 “업무를 안 시키고 가만히 두는 것도 이상해서 ㄴ씨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보고 이를 간부가 전달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ㄱ씨는 “성추행 문제를 처음부터 핵심이슈로 제기했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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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로고.


사내 고충위 ‘성추행 확인 어렵다’ 결론 뒤 ‘연구원’으로 인사발령

ㄱ씨의 피해사실 접수 후 공식 조사에 나선 사내 고충위의 대응 역시 부적절했다. ㄴ씨는 고충위의 통제 바깥에서 부하직원인 이코노미스트들의 진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했다. 고충위의 첫 조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이코노미스트들이 고충위에 보낼 ‘답변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다. 고충위는 ㄴ씨에게 ‘그런 식으로 하면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만 전달한 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관계자는 “ㄴ씨가 관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진술서는 조사에 쓰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ㄴ씨와 회사는 수시가관과 법원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의 답변서를 성추행이 없었다는 증거로 내세웠다.

이렇듯 어설픈 조사 끝에 고충위가 성추행 의혹에 대해 내린 결론은 ‘관련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ㄴ씨에 대한 인사 조처도, 징계도 없었다. 반면 회사는 ㄱ씨를 편집국 혁신전략팀으로 발령을 낸다. ㄱ씨의 직책은 기자가 아닌 ‘연구원’이었고, 사무실은 가해자인 ㄴ씨의 사무실과 같은 층에 있었다.

2016년 머니투데이에 인턴기자로 입사해 이듬해 정기자가 된 ㄱ씨는 회사의 ‘연구원’ 인사발령을 ‘부당전보’라며 항의했다. 피해 신고 후 공황장애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해자를 마주할 수 있는 층수에 자신을 배치한 회사의 조처도 이해할 수 없었다. ㄱ씨는 더는 이 일을 ‘사내’에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인사발령 직후 휴직을 신청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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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충위원회가 지난 2018년 10월 언론 보도 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반박 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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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나오자 인트라넷에 공개반박…“2차 가해”

ㄱ씨의 부당전보 구제신청 뒤, 이 사건은 조금씩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다. 그럴 때마다 회사와 고충위는 전사원이 볼 수 있는 사내 인트라넷에 ㄱ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언론 보도에 대응한다. ㄱ씨는 “이러한 회사의 대응으로 인해 자신을 믿어왔던 동료들도 등을 돌리고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8년 10월 <미디어오늘>에 ㄱ씨의 ‘부당전보’ 관련 기사가 보도된 뒤, 고충위원들은 ‘고충위 일동’ 명의로 이 보도에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인트라넷에 올렸다. 고충위는 이 글에서 ㄱ씨가 애초에 편집국 소속 기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구원 발령도 부당전보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한다. “편집국 외 부서에서 특수신분으로서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업무를 진행했기 때문에 아무런 검증 없이 배치하기 어려웠”고, “ㄱ씨를 원하는 편집국 부서도 없었다”는 것이다.

‘성추행이 있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 7월, 고충위원들은 재차 인트라넷에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고충위원들은 언론 보도를 재차 반박한 뒤 사과를 요구하는 ㄱ씨를 향해 “바라는 대로 편집국 취재기자 업무 수행을 희망한다면 기자가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회사 동료를 비롯한 사람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고충위원은 ㄱ씨가 이에 반박 글을 올리자 다시 댓글로 “머니투데이 구성원 모두가 ㄱ씨가 올린 소설의 독자가 될 필요는 없다”며 “지금 아픈 마음 상태로는 결코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진심으로 ㄱ씨의 마음이 낫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ㄱ씨는 고충위의 대응이 전사원이 공유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아픈 사람의 왜곡’ 취급하는 ‘2차 가해’에 해당할 뿐 아니라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자신이 ‘편집국 외 부서인 미래연구소’ 소속으로 이름만 ‘기자’였다는 회사와 고충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ㄱ씨가 캡쳐한 사내 인트라넷 개인 정보란에는 ㄱ씨의 신분이 ‘편집국 미래연구소 기자’라고 되어있고, 법원 역시 지난 6월 판결문에서 ㄱ씨의 신분을 ‘머니투데이 편집국 산하 정식 기자’라고 적시했다. ㄱ씨는 고충제기 전 기자평가에서 ’A’를 받은 점도 강조한다. 머니투데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겨레>에 “원래는 미래연구소가 (편집국이 아닌) 사장 직속인데 인트라넷 조직도를 잘못 그려놓은 것”이라며 “머니투데이 매니지먼트 상의 잘못이다. 회사 편의를 위해서 함부로 기자 타이틀을 남발한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고충위 위원들의 인트라넷 글들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남녀고용평등법 14조는 ‘사업주가 성희롱을 신고한 피해근로자가 집단 따돌림이나 폭언 등 정신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당할 때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고충위원들이 게시한 글들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정신적인 손상을 입히는 2차 가해성 글로 볼 수 있고, 이를 회사가 방치했다면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고용노동부·법원 등 연달아 “직장 내 성희롱 확인”…피해자 “끝까지 싸울 것”

고용노동부·법원·검찰 등은 최근 ㄱ씨의 성추행 피해를 인정하고 회사의 조처가 법을 어긴 것이라는 판단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019년 2월 ㄴ씨의 성희롱 가해를 인정할 수 있다며 머니투데이에 가해자를 징계하라고 시정명령했다. ㄴ씨가 “ㄱ씨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행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자체 선임한 노무법인이 재조사를 진행한 뒤 ‘징계할 정도의 비위행위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불복한다. 서울노동청은 시정명령 조치 불복에 대해 5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렸지만, 회사가 여기에도 불복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역시 지난 6월 ㄱ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에서 가해자 ㄴ씨의 강제추행을 인정하며 5000만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추행당하였다는 진술을 매우 구체적일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관되어 있다”며 가해자가 ㄱ씨의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피해자가 고충위에 신고하기 수개월 전에 주변인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린 카톡 내역 등이 주요 증거로 채택되었다. 그 무렵까지 3년 전과 같은 직책을 유지해오던 ㄴ씨는 법원 판결이 나온 후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별도의 징계나 사과는 없었다.

이 사건은 최근 검찰이 머니투데이 대표를 약식기소하면서 ‘형사사건화’되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0부(부장 진현일)는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와 머니투데이 법인을 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성추행 피해사실을 신고한 ㄱ씨를 ‘연구원’으로 배치한 회사의 판단이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머니투데이 관계자는 “부당전보를 인정할 수 없고 정식재판 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년째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를 상대로 싸움을 이어오고 있지만 ㄱ씨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한겨레>에 말했다. ㄱ씨는 “머니투데이와 사내 고충위 등이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실이 아닌 말을 하고 있다.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서 잘못들을 바로잡겠다”라고 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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