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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되팔면 380만 원 이익' 정용진 부회장도 혹한 중고 운동화 투자 '슈테크'...MZ도 합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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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신수용 인턴기자 =#24일 오전 10시쯤 중고 신발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운동화 '나이키x매그너스 워커 SB 덩크 하이 프로 이셔드 웨어 어반 아웃로'가 389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리셀(Resell·재판매)로 매입한 운동화 중 하나다. 이 운동화는 물량도 적다. 230~320mm까지 사이즈는 다양한데 물량은 275mm 한 개만 남아 있다. 지난 6월 이 운동화의 출고 가격은 12달러(약 20만 원)였다. 4개월 만에 가격이 20배 뛴 셈이다. 판매자의 수익률은 약 2000%에 달한다.

이제 헌 신발도 재테크 수단이 됐다. 중고 신발의 가격 상승 폭이 서울 아파트와 비트코인 보다 커서 시세 차익을 충분히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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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핌] 정용진 부회장의 SNS에 올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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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어려워하는 MZ세대, 슈테크에 열광...리스크는?

주로 MZ세대가 슈테크(한정판 운동화+재테크) 시장에 몰린다. 소자본으로도 목돈을 만질 수 있는데 10~20만 원에 구입한 운동화를 많게는 20배 넘는 웃돈을 받아 되판다. 소위 '뽑기' 방식인 래플(Raffle)로만 한정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자본이 부족한 10대들도 뛰어들고 있다.

운동화 수집가인 A씨(32)는 "빅뱅에 지드래곤(GD) 등 유명인이나 명품 기업과 협업한 한정판 운동화를 모으는 20대가 가장 많다"며 "150번 (래플 등으로) 넘게 응모해도 2~3번 정도 당첨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고 토로했다.

정 부회장은 이러한 운동화를 두고 "신어야 해 말아야 해"라며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이며 살짝 망설이다 신어보는 '인증샷'을 SNS에 올렸다. 9월부터 보름간 SNS에 올린 3장이 넘는 운동화 사진 중 한 개만 실제로 착용하는 '실착 인증'을 하지 않았다. 반면 '슈테크족' 중 대부분은 신발을 착용하지 않고 판매한다. 신발을 착용하다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물론 투자이기에 돈을 잃을 위험도 있다. 스스로 소비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해외 직구 상품은 150달러(미국 직구의 경우 200달러) 한도에서 관세가 면제된다. 다만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해외직구는 관세법상 '수입'이다. 관세를 내지 않고 1건만 팔아도 밀수로 간주해 관세법에 따라 최대 5년의 징역을 살아야 하거나 물품 원가에 10배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한다. 실제로 지난 14일 관세청은 상반기 단속에서 279명을 이러한 혐의로 적발했는데 이 중에는 고등학생과 취업준비생도 있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아 낭패를 볼 수 있다. 나이키 매니아 등 슈테커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정판 운동화인 '사카이' 시리즈를 5벌이나 샀는데 오히려 가격이 내려갔다"는 등 손해를 봤다는 게시글도 여럿이다.

◆ 네이버와 유통가도 반한 '슈테크'...온라인 플랫폼 기업과도 손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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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백화점] 지난 2월 '더현대 서울'에 개장한 번개장터의 첫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BGZT LAB)'.


기업들이 '리셀 시장'에서 특히 운동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운동화는 리셀 테크(재판매+재테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다.

스니커즈(운동화)를 사고파는 글로벌 1위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에 따르면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60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오는 2030년에는 300억달러(약 35조 2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네이버 등 온라인을 무대로 하는 IT기업들이 '슈테크'에선 선두를 달린다.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은 출시 1년만에 거래액 2700억 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올해 크림에 거래액을 약 5000억 원 규모로 추산한다. 크림은 가입자가 100만 명 이상인 국내 최대 규모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 매니아'를 지난달 80억 원에 인수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지난해 10월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footsell)'을 인수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IT기업들이 '1등' 굳히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유통업계도 운동화 리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강호들은 온라인 플랫폼이나 해외 유명 패션기업과 협업에 나섰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세계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 신발 재판매(리셀링) 편집숍인 '스태디엄 굿즈'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본점에 지난 4월 들였다. 현대백화점은 '번개장터'와 손잡고 지난 2월 한정판 중고 스니커즈 매장 '브크즈트 랩(BGZT Lab)'을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에 개점했다.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 오브 스탁(Out of Stock)'은 롯데쇼핑과 협력해 오프라인 매장을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개점했다.

신발로 국내에서 10번째 유니콘 기업이 된 온라인 커뮤니티도 있다. 무신사는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로 시작해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의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7월 나온 한정판 운동화 중개 앱 '솔드아웃'은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5만 회를 돌파했다. 무신사는 올해 초 일본 법인을 건립하고 프랑스 브랜드 이자벨마랑과도 협업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매진할 전망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 덕분에 온·오프라인 리셀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온·오프라인에서의 중고거래 활성화는 자원을 재활용 관점에선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슈테크' 처럼 사용하지 않고 보관했다가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되팔면 과소비를 부추길수 있다"고 말했다.

aaa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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