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공군 1호기로 귀국 중 기내에서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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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진 기내 간담회에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했던 자신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관련국들도 소극적이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종전선언에 대한 각계의 우려를 직접 언급하며 “특히 야당의 반응을 보면 종전선언에 대해 ‘너무 이해가 참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적극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다르다. 종전선언으로 현재의 법적지위는 달라지는 것이 없고, 정전협정으로 이뤄지는 여러 관계들은 그대로 지속된다”며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에 종전선언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평화협정은 비핵화가 상당히 불가역적 단계에 들어가야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24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앞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남측이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관계 회복을 논의할 용의까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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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종전선언으로 "평화협상으로 넘어간다"고 선언한 뒤, 평화협상 때 비핵화 등 핵심 이슈 등을 논의하자는 제안이었다는 뜻이다.
당사국들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선 “비핵화라는 상황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비핵화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해 가는 데 따라서 유엔 안보리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돼 가고, 미국도 단계적 상응 조치를 취해주고 하는 투트랙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와 ‘단계적 상응조치’를 대화의 전제로 내세웠던 북한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다.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남조선은 조선반도에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가 굳건히 뿌리내리도록 하자면 조건을 마련하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한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 조건을 만들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요구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일단 합의나 선언을 이끌어내고, 이를 다음 단계에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는 전략을 써왔다”며 “종전선언이 단순한 정치적 단계의 의미로 축소돼 성사되더라도 북한은 이를 적대시 정책의 철회 등으로 해석해 향후 평화협정 단계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 핵심요구 사안을 관철시키는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맞교환해 나가는 방식이 아닌 전체 로드맵을 완성한 이후 비핵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미국의 전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입구’로 지칭한 정치적 의미의 종전선언 역시 로드맵에 대한 공감대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성사되기 어렵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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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2019년 ‘하노이 노딜’로 결론난 대화가 중단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비핵화 협상의 조건으로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것과 이런저런 비핵화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그런 조건들이 갖춰져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고, 미국은 대화의 조건조차 대화를 통해 논의하자고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비핵화 과정과 관련해 종전선언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어떤 시기에 비핵화 협상과 어떻게 연결시켜서 할 지에 대해 한ㆍ미 양국 간에 협의를 해왔다”고 했다. 종전선언의 의미에 대한 한ㆍ미의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별도 단계로 볼 수도 있지만, 협상의 과정에 가면 매우 밀접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분리해 먼저하기는 어렵다”며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등을 염두에 두고 상대적으로 쉬워보이는 종전선언으로 대화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도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 30주년이기 때문에, 북한이 호응해 유엔 총회가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가졌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서도 “남북 간 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될지 잘 모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북한이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은 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으로 열차에 설치된 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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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계속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했지만, 약속했던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의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대화를 단념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 고조’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북한도 대화와 외교의 길로 나오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과 그에 대한 평가 등을 묻는 질문에는 “오늘은 더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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