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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제안에 단호하게 선 그은 북한…'종전선언' 안갯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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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아직 때가 아니다…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먼저"

주한미군·한미훈련 거론하며 우리 측과 인식차 드러내기도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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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재차 꺼내든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제안'이 예상 밖(?) 암초를 만났다. 당초 호응을 기대했던 북한 당국으로부터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종전선언보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가 선행돼야 한다며 주한미군과 한미동맹까지도 대북 적대시정책의 산물로 규정했다. 종전선언을 바라보는 남북한 간의 시각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은 언제나 대화와 협력"이라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27일 열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와의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한 이후 유엔총회 연설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유엔총회 연설에선 종전선언의 당사자로서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한반도)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연설 내용은 남북 및 북미대화가 2년 가까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해석됐다. 내년 5월 퇴임하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임기 중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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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21.9.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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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문 대통령의 이번 유엔총회 참석에 앞서 "미국·중국뿐만 아니라 일본·러시아 등 다른 주변국과도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선언의 다른 한 축인 북한과는 정작 실질적인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24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 명의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해 "상징적 의미는 있다"면서도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리 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며 올 들어 진행돼온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한미미사일지침 종료 선언,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에 대한 무기판매 승인, 호주에 대한 핵추진잠수함 건조기술 이전 결정 등이 모두 대북 적대시정책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부상은 특히 "조선반도와 주변의 지상과 해상·공중·수중에 전개돼 있거나 기동하고 있는 미군 무력과 최신 전쟁자산들, 해마다 벌어지는 각종 명목의 전쟁연습들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날이 갈수록 더 악랄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연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기도 했다.

리 부상의 이 같은 담화 내용은 지난달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김정은 당 총비서 동생)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남한)에 전개한 침략무력과 전쟁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리 부상은 또 "미국남조선동맹(한미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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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실시된 우리 해군 구축함 '도산안창호함'을 이용한 국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왼쪽)과 북한의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 사격훈련. (국방부, 노동신문) 2021.9.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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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 등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에게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한다"며 그 제안 취지를 재차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한미 양국 간 합의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한미가 필요하면 '동맹'을 하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종전선언 자체만으론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의 변화를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상호 신뢰 구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리 부상의 담화를 통해서도 확인되듯,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통해 자신들의 '안전'과 '생존'이 담보되지 않는 한 종전선언은 "종잇장" "허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엔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해제도 포함된다.

이런 가운데 종전선언의 다른 당사자인 미국의 경우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와 함께 "종전선언 논의에도 열려 있다"(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는 없다'는 원칙 아래 제재 등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도 계속 이어갈 태세다. 북미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정부 일각에선 이 같은 입장차 때문에 역설적으로 "다른 조건을 붙이지 않는 종전선언은 북미 양측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고, 미국도 대북 적대시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최근 지속적으로 강조해오고 있다"며 "종전선언은 이런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북미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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