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언론사 젠더균형적 보도 노력, 성평등 기사 증가에 영향
성차별 기사 알고리즘에 갇히는 '필터 버블' 탈피 노력 필요
지난해 모니터링 대비 성평등 기사 41건 증가했지만 성적대상화 기사로 페이지뷰 올리는 관행은 여전
서울YWCA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YWCA 제공성차별적 기사는 줄고 성평등한 기사는 늘었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서울YWCA가 지난 4월 19~25일(7일) 네이버 뉴스스탠드 내 48개 매체에서 메인 화면에 노출된 기사를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관점이 드러난 보도는 178건, 성평등한 관점의 보도는 47건이 발견됐다.
성차별적 기사는 지난해 모니터링 대비 49건 감소했고(227건→178건), 성평등적 기사는 41건 증가했다(6건→47건). 서울YWCA는 최근 미디어와 언론사에서 성차별적 보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성평등한 기사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것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성차별적 기사에는 성적 대상화 기사가 55건(30.9%)으로 가장 많았고, 외모를 평가하는 기사가 48건(27%), 성범죄 사건에 대한 성차별적·선정적 보도가 35건(19.6%)으로 뒤를 이었다. 특정 성을 비하하거나 기사 내용과 관계없이 '여(女)'를 사용해 조회 수를 유도하는 사례도 28건(15.7%) 있었다.
'풍만한 볼륨' '매끈한 라인' '아찔한 섹시美' 등의 표현으로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제목을 관행적으로 사용한 기사가 다수 발견됐다. 여성의 성적대상화가 스포츠신문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이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형 미모' '여신' '밀가루 피부'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특히 '개미허리' '애플힙' '환상 몸매' 'S라인' '풍만한 볼륨' 등 획일화된 미(美)의 기준을 강조하는 표현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여성 연예인이 SNS에 게시한 일상 사진을 가져와 키와 몸무게를 강조한 제목을 달아 품평하는 기사들을 다수 발견했다.
서울YWCA는 "공식 프로필에 제시된 신체 수치를 언급해 여성에게 마르고 볼륨있는 몸매를 강조하며 비현실적, 획일화된 외모 기준을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YWCA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YWCA 제공성범죄와 여성혐오 범죄를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 표현들을 자제하자는 사회적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성착취물'을 '음란물' '야동'으로, '불법 촬영'을 '몰카'로, '성범죄'를 '몹쓸 짓'으로 표현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표현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상 언론사별 화면 편집과정에서 실제 기사와 다른 제목으로 편집돼 게시되고 있는 사례들도 있었다. 뉴스스탠드에서 언론사들이 페이지뷰(PV)를 올리기 위해 선정적 편집을 해왔다는 점은 이미 오랫동안 문제시돼 왔다. 모니터링 결과 일부 언론사들의 선정적인 편집이 계속되고 있으며 주로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서울YWCA는 "성차별적 기사 유형을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언론사가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언론사들이 성적 대상화나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에도 이를 개선하거나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음을 의미한다.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성차별적 기사가 존재함에도, 성평등한 보도 방식, 제목, 내용 등을 담은 기사가 눈에 띄게 증가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젠더 이슈를 젠더갈등 프레임에서 벗어나 해결적 관점에서 다루며 대안을 제시하고, 여성 등 소수자를 다양성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기사들이었다.
성평등적 내용의 기사가 증가한 이유로 미디어와 언론사의 노력을 꼽았다. 한겨레 신문사는 젠더 데스크와 젠더팀을 신설하고, 2021년 5월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공표하며 성평등적 보도 관행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향신문의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과 한국일보의 '허스토리 뉴스레터' 발행 등 각 언론사의 개별적 노력이 모여 성평등적 기사의 증가로 이어졌을 것으로 파악했다.
보고서를 마치며 서울YWCA는 "성차별적 기사를 성인지 관점에서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현실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인터넷 정보제공자가 맞춤형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해 이용자는 필터링 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 구조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필터 버블'에 의해 뉴스 구독자는 보는 신문사를 계속 보거나, 알고리즘에 따라 뉴스를 선택하게 돼서 평소 성차별적 기사를 보는 사람이 우연히 성평등 기사를 만나게 되는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몇몇 언론사의 변화가 선도적이고 의미를 갖는 것은 높게 평가돼야 하지만, 이것이 전체 언론 환경에 확산되지 않으면 특정 독자들은 필터 버블에 갇힐 우려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22년 창립해 올해로 99주년을 맞은 서울YWCA는 '생명의 바람, 세상을 살리는 여성'을 슬로건으로 성평등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2014년부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협력기관으로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 분석 사업'을 통해 매월 대중매체 상에서의 성차별, 여성비하, 폭력 등을 조장하는 부정적 사례를 발굴하고 시정해 양성평등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고서 전문은 서울YWCA 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