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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투자노트] 니콜라, 이번엔 진짜 수소 트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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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 약속해요.(It’s real, I promise!)”

지난 15일(현지시각) 니콜라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러셀은 이런 농담을 취재진에게 던졌다. 독일 울름에 있는 전기 중형 트럭을 제조하는 시설에서 전기 트럭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 시설은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이베코와 공동으로 전기 트럭을 만드는 곳이다.

이 자리는 지난해 수소 트럭 영상이 가짜라는 것이 밝혀져 사기 논란이 일었던 니콜라가 논란 이후 처음으로 제조하고 있는 자동차를 공개한 자리였다. 니콜라는 지난해 6월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수소 트럭 제조회사로 알려지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상장 3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리서치 기관인 힌덴버그가 니콜라가 기업 설명회용으로 공개했던 수소 트럭 영상이 사기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사기 논란이 확산했다. 니콜라 창업자이자 전 CEO인 트레버 밀턴은 증권사기와 금융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조선비즈

15일(현지시각) 독일 울름에 있는 니콜라와 이베코의 전기 트럭 생산 공장에서 니콜라 경영진이 전기 트럭을 취재진에 공개하고 있다. /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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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니콜라가 공개한 트럭 ‘트레’(Tre)는 이베코의 기존 트럭(S-웨이) 차체를 바탕으로 전기 트럭으로 다시 만든 것이다. 대용량 배터리(753kWh)가 탑재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레가 한 번의 충전으로 550㎞를 달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니콜라는 트레를 이미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대량생산(양산)에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러셀은 “올해 안에 많아야 최대 50개가 고객들에게 판매될 예정”이라고 했다. 창업자이자 전 CEO가 재판에 넘겨진 희대의 사기 논란 와중에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니콜라는 전기 트럭뿐 아니라 니콜라의 주력 사업이 될 수소 트럭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일단 2023년까지는 수소 트럭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수소 연료 전지로 움직이는 수소 트럭은 한 번 충전하면 800㎞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니콜라 경영진에게도 이번엔 진짜여야겠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정말 이번은 진짜여야만 한다. 사기 논란의 와중에도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니콜라 주식을 매수해놓았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니콜라 순매수 금액은 2498만9669달러(약 290억원)다.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 종목 중 15번째로 많은 규모다. 상장 당시 80~90달러에 달했던 니콜라 주가가 현재는 11달러선(22일 종가 11.06달러)까지 내려가면서 저가에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다. “1년만 묻어두면 40달러는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장기 투자자들도 많다. 저가에 매수해서 장기간 보유하고 있으면 주가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 중 한화그룹에게도 니콜라 주가는 큰 관심사다. 한화그룹은 니콜라 상장 전 초기 투자자다. 2018년 자회사인 한화솔루션(009830)과 손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한화솔루션의 자회사)이 1억 달러(약 1120억원)를 투자해 니콜라의 지분 2213만주를 매수했다. 한화는 지난 7월 1일 이 중 290만 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고 나머지 주식도 오는 12월 10일까지 810만주를 추가로 매도할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12월까지 1100만주를 매각하겠다는 계획은 아직도 변함이 없지만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을 팔지는 정해진 게 없고 주가 상황 등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화가 290만주를 매각했을 당시인 6월에는 니콜라 주가가 18달러선(6월 30일 종가 18.06달러)이었지만 현재는 11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급락한 주가로 인해 한화그룹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수소 트럭을 만드는 니콜라는 없는 셈 치고 장기간 투자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종목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큰 사고를 쳤고 세계적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더는 거짓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진짜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투자자들도 이런 심정으로 니콜라에 투자했을 것이다. 진짜를 보여줄 니콜라를 기대한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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