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단독] 구청 공무원 월 35시간 초과근무…필요한 야근만 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원당 주민수·코로나19 확진자 추이

공무원 초과근무시간과 상관성 떨어져

종로구·노원구 수당 부정수급 적발 뒤

지급절차 통제하니 수당지급액 대폭 감소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일 <한겨레>가 25개 자치구에 올해 1~6월 초과근무시간·수당액수를 정보공개 청구해 받아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전체 25개 구 평균 초과근무시간(수당지급 기준)은 매달 35시간, 평균 수당지급액은 47만7천원이었다. 구별로는 △송파구(53.8시간) △관악구(44.1시간) △용산구(40.3시간) △서초구(40.3시간)가 초과근무시간이 많았고 △은평구(24.9시간) △도봉구(26.3시간) △마포구(28.4시간) △동작구(29.4시간)는 반대로 적은 편에 속했다.

초과근무시간을 직원 1인당 주민 수와 함께 분석해봤다. 직원 1인당 주민 수가 393.6명으로 가장 많은 송파구는 초과근무시간도 1위였다. 하지만 직원 1인당 주민 수가 340명 안팎으로 비슷한 강서구(35.6시간), 관악구(44.1시간), 양천구(31.9시간)의 초과근무시간은 제각각이었다. 구별 인구수로 살펴봤을 때, 송파구(65만8천명)에 이은 인구수 2위 강서구(57만7천명)와 3위 강남구(53만명)의 초과근무시간은 각각 35.6시간(11위), 31시간(20위)이었다. 반면에 용산구(40.3시간)는 직원 1인당 주민 수(180.2명)가 송파구의 절반도 안 됐지만 초과근무시간(40.3시간)은 3위였다. 초과근무시간 5위인 중구(39.8시간)는 서울에서 직원 1인당 주민 수(102.9명)가 가장 적었다.

결국 직원 1인당 주민 수·인구수와 초과근무시간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구청 관계자는 “어떤 구청이나 자신들이 가장 일이 많다고 한다”며 “직원당 주민 수가 적은 종로구, 중구도 업무·상업시설이 많기 때문에 행정 수요는 많은 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 전체가 하루 평균 2.5시간씩 야근?


수당지급액 기준 초과근무시간이 35시간이란 얘기는, 평일 하루 평균 2시간 반가량 야근을 한다는 얘기다. 매일 초과근무시간 가운데 한시간분은 공제하기 때문이다. 과연 모든 구청 공무원들(평균)이 그렇게 야근(초과근무)을 많이 할까? 시민들로서는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공무원들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한겨레>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2019년 인사혁신처 연구용역 보고서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제도 개선방안’에는 초과근무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 조사가 담겨 있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비현업 공무원 2049명을 조사한 결과 열에 일곱은 “타의가 아닌 자발적으로” 초과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초과근무가 발생하는 원인 두가지를 꼽도록 했는데 종합한 결과 △과도한 업무량 △국정감사·재해재난에 따른 비상근무 △조직 문화에 따른 대기성 근무 차례였다.

‘과도한 업무량’을 불러온 ‘재해재난에 따른 비상근무’로는 최근 코로나19가 대표적이다. 기초자치단체 직원들은 선별진료소·생활치료센터·예방접종센터 지원 근무, 자가격리자 관리, 역학조사 지원,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칙 점검 등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확진자 수와 초과근무시간 상관성 떨어져


그렇다면 코로나19 확진자 추이와 초과근무시간은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서울 일평균 확진자 수는 3차 유행의 막바지였던 1월 165.5명이었다. 소강기였던 3월엔 122.3명으로 줄었다가 4월 193.6명, 6월 202.4명으로 뛰었다. 하지만 25개 구 월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4월 38.7시간, 5월 35.8시간, 6월 29.9시간으로 오히려 줄어든다. 보건소 직원만 따로 빼내 봐도 마찬가지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선별진료소 검사 건수도 늘어나고, 역학조사 지원 및 자가격리자 관리 업무도 늘어나지만, 실제 초과근무시간은 따로 돌아간 셈이다.

코로나19로 보건소 직원들의 초과근무시간이 다른 직원들보다 월등히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6개월치를 평균한 결과, 전체 직원 평균보다 1.9시간 많은 36.9시간으로 나타났다. 10개 자치구는 보건소 직원들의 초과근무시간은 직원 평균보다 적었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보다 기간제 형태로 의료진을 많이 채용했고, 역학조사관 지원도 많이 이뤄진 편이어서 보건소 공무원들의 업무 부하가 줄었을 가능성은 있다”며 “또한 같은 보건소라도 감염병 관리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 사이에 편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는 것은 제도와 관행?


앞서 공무원들이 스스로 밝힌 초과근무 발생 사유 가운데 과도한 업무량과 재난·재해 대기성 업무를 제외하면 ‘조직 문화에 따른 대기성 근무’가 남는다. ‘조직 문화’에는 초과근무를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하느냐도 포함된다.

25개 구 가운데 초과근무시간이 가장 적은 은평구 한 관계자는 “은평구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의 월 상한시간이 47시간으로 낮은데다 초과근무 중간인증제도를 도입한 지도 꽤 됐다”고 말했다. 중간인증제는 초과근무 중간에 본인이 일하고 있음을 한번 더 인증하는 제도다. 초과근무를 신청한 뒤 바깥에 있다가 다시 돌아와 퇴근 인증만 하고 돌아가는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것이다.

초과근무시간이 적은 다른 자치구들도 상한시간을 월 57시간보다 낮게 설정해두거나 분기별 상한제를 시행하는 곳도 많았다. 관내출장과 초과근무수당이 적은 구의 구청장은 “예전엔 이런 수당을 봉급의 보조 수단으로 인식해왔지만, 우리 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존심과 돈을 바꾸지 말자고 강조하며 수시로 감사해왔다”며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수당으로 보전 못 해주는 초과근무가 훨씬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당 지급 절차 강화하니 지급액 대폭 하락


최근 수당 부정수급이 언론에 보도된 노원구와 종로구의 변화도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여비 상당 부분이 ‘허수’임을 보여준다.

<한겨레>를 포함한 언론에서 9급 공무원이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에 동참하지 않았다가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을 보도하자, 노원구는 5월부터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지급 절차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6월 초과근무시간(23.7시간)이 3월(34.8시간)보다 11.1시간 줄었다. 같은 기간 25개 자치구 평균 3.9시간 감소에 견줘 큰 폭 감소다. 6월 출장횟수(9.8회)는 3월(18.5회)보다 절반 남짓으로 줄었다. 줄어든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는 월 3억원이 넘는다.

역시 지난 6월 <한겨레>가 행정지원과 직원들의 출장여비 부정수급 의혹을 보도한 종로구에서도 감사를 진행해 41명에게서 출장여비 684만원을 환수하고, 여비 지급 절차를 통제했다고 한다. 보도 이후인 지난 7월 출장여비 지급액은 보도 이전인 6월보다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출장여비 수령에 대한 직원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출장 뒤 출장 목적·결과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출장 결과 보고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조사했나


<한겨레>는 지난 7월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 올해 1~6월의 상반기에 지출한 월별 초과근무수당 지급액과 초과근무시간, 관내출장여비 지급액 및 관내출장 횟수를 부서별로 정보공개 청구했다. 일부 자치구의 정보 부존재, 비공개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 등을 거쳐 지난달 모든 자치구에서 해당 자료를 받았다. 자치구마다 자료 공개 기준이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해 통계의 엄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25개 자치구 정보공개 담당자에게 확인 절차를 거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치구별 초과근무시간·지급액, 관내출장 횟수와 여비지급액을 계산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 서울 25개 자치구 초과근무·관내출장 분석 기획

-[단독] 코로나19에도 월 26번…송파구 공무원 ‘수상한 출장’ 사라지지 않았다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12412.html

-[단독] ‘초과근무 1위’ 송파구, 25개구 유일 ‘카드 인증’이 영향 미쳤나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12413.html

-[단독] 구청 공무원 월 평균 35시간 초과근무…꼭 필요한 야근만 했을까?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12423.html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