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주유소에서 중고거래·전기차 충전···친환경시대 생존전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서울 갈월동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블루마켓 이용객들이 중고거래를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을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곳이 있다. 바로 주유소다. 주유소는 내연기관 주유의 전통적 기능을 넘어 중고거래 플랫폼, 물류센터, 전기차 충전소 등 복합 편의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7월 자체 중고거래 플랫폼 ‘블루마켓’을 출시했다. 현대오일뱅크 보너스카드 회원이라면 별도의 인증이나 절차 없이 전국 352개 직영 주유소에서 중고물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22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주유소 내 중고거래 장터가 내세운 경쟁력은 ‘안전’과 ‘접근성’이다. 주거지 인근 주유소로 거래 장소를 정하기 쉽고, 사업장 내 폐쇄회로(CC)TV나 관리자가 있어 심야에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걸었다. 주유소에 주차공간이 있어 차량을 이용한 대형 물품의 직거래도 편리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뉴욕핫도그앤커피와 합작해 주유소에 특화된 소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블루픽’도 선보였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셀프주유소에 문을 연 블루픽 1호점은 현재 무인편의점, 핫도그·커피 테이크 아웃과 더불어 무인택배함, 택배 발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향신문

지난해 6월 GS칼텍스 제주 무수천주유소에서 열린 드론 배송 시연에서 드론이 이륙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전기차 충전과 더불어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선보이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도심 속 교통 요지에 위치한 주유소는 물류 거점으로도 본격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물류센터가 도시 외곽 지역에 위치한 반면 주거지와 가까운 도심 주유소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15일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와 협약을 맺고 주유소 부지 개발에 나섰다.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는 현재 전국 주요 지역 187개 주유소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 주유소들을 물류와 상업시설이 어우러진 새로운 도심 물류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지난달 택배업계 1위 업체 CJ대한통운과 도심 주유소 공간에 신속 배송이 가능한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를 통해 주문상품의 당일배송은 물론 라이브 커머스 판매상품을 2~3시간 이내 배송해주는 ‘라이브 배송’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2018년 물류 스타트업 ‘줌마’와 손잡고 전국 420여개 주유소에서 방문 픽업 택배 서비스 ‘홈픽’을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쿠팡과 함께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주유소를 ‘로켓배송 마이크로 물류센터’로 활용 중이다.

경향신문

청주관문 알뜰주유소 복합스테이션에서 전기차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석유공사는 탄소중립의 에너지 생태계 변화와 전기차 시장 개화에 부응하기 위해 알뜰주유소의 복합스테이션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너지 생태계 변화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발맞춘 친환경 주유소로의 변신도 시작됐다.

GS칼텍스는 2019년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현재 전국 70여개 주유소와 LPG충전소에서 100여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자영알뜰주유소로는 처음으로 청주관문주유소가 급속 전기차충전소 1호점을 열면서 앞으로 알뜰주유소에서도 전기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 주유소는 지난해 카카오 전기자전거인 ‘카카오 T바이크’ 배터리 충전소 운영도 시작했다. 에쓰오일은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 ‘일레클’과 제휴해 주유소 내 전기자전거 주차와 대여, 반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경향신문

에쓰오일은 지난해 공유 전기자전거 ‘일레클’과 제휴를 맺고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공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이 같은 주유소의 변신은 친환경 차량 증가에 따른 주유소 경영난과 맞물려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탄탄한 수익성을 자랑하던 주유소 사업은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증가와 함께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감소하며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알뜰주유소 등을 포함해 1만1402개로 한 해 동안 96곳이 폐업했다. 이는 2019년(49곳 폐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유소 1곳당 매출 손실은 2030년 약 3억6800만원(손실률 9.5%), 2040년엔 약 12억6500만원(손실률 31.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수준의 영업실적을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2053개, 2040년까지는 8529개의 주유소가 퇴출돼야 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탈내연기관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주유소 업계의 위기감이 크다”며 “전국 곳곳에 주요 부지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십분 활용하고, 다양한 고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복합 편의 공간으로의 변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