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355조원 빚 헝다그룹... 中정부, 직접 지원 않고 본보기 삼을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P 보고서 “헝다, 디폴트 피하지 못할 것”

조선일보

17일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회사 헝다 그룹이 장쑤성 쉬저우에서 추진하는 문화관광도시(文化旅遊城) 건설 현장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헝다 그룹이 파산 위기에 놓이면서 현장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놓인 자국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恒大·Evergrande)그룹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헝다를 과도한 부채를 앉고 있는 자국 기업에 대한 본보기로 삼을 것이란 예측이다. 회사채와 금융사 대출 등 약 355조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헝다는 최근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빼겠다며 규제를 강화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블룸버그통신은 “S&P는 헝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중국 정부가 어떠한 직접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며 “중국 정부는 신용 리스크가 광범위하게 확대될 때만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보도했다.

헝다는 주로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확장해 왔고, 식품과 레저를 넘어 전기차 투자까지 문어발식 투자를 이어왔다. 빚을 통해 무리하게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자를 못 낼 정도로 유동성 경색이 심각해졌다. 당장 오는 23일 1억1900만달러(약 1409억원)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헝다는 2023년 108억달러, 2024년 34억달러, 2025년 61억달러, 2025년 13억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해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S&P는 “헝다가 이번 주에 내야 하는 이자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국 은행권은 큰 혼란 없이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헝다의 대출 규모는 중국 내 은행 대출 총액의 0.3% 수준이다.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은행권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올라가겠지만 당국이 관리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란 것이다.

S&P는 또 “헝다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란을 부를 만큼 큰 기업이 아니다”며 “사업 본거지인 광둥성의 지역 경제 안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선다면 부동산 분야의 큰 금융 원칙을 세우려는 당국의 노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는 이상 정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리스크가 확대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헝다 사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S&P는 “(헝다의 파산이) 여러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문 닫게 하고 경제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하는 경우에 정부가 개입에 나설 것”이라면서 “헝다가 홀로 실패하는 것은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하는) 시나리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헝다 사태가 빠르게 수습되지 않을 경우 중국과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헝다는 아시아에서 달러 표시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가장 많이 발행한 회사 중 한 곳이다. 헝다 회사채를 매수한 금융기관들이 피해를 입어 다른 회사들에 대한 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시장 전반의 자금 경색과 연쇄 디폴트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헝다는 유동성 압박에 처하자 수십만 건의 부동산 분양권을 선지급한 후 계약금을 받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헝다가 무너지면 분양권을 매입한 이들은 치명적인 재산 피해를 입게 된다. 헝다와 비슷하게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진행해온 중국 부동산 재벌들도 기존 사업 모델을 유지할 수 없게 돼 존폐 기로에 놓일 수 있다.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헝다 사태에 적극 개입하지 않더라도 위기 확대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헝다가 자산을 매각할 시간을 벌어주고, 일부 건물을 완공할 수 있도록 도와 피해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벌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