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시민 모두가 땅 주인"…470조 들여 신도시 만드는 美억만장자 [dot보기]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편집자주] '점(dot)'처럼 작더라도 의미 있는 나라밖 소식에 '돋보기'를 대봅니다

머니투데이

텔로사 가상 모습 /사진=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의 불평등이 나라를 무너뜨릴 것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 서부 사막에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이상한 사람? 최근 서울 면적 정도인 183만평(605만㎡)의 땅에 인구 500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 텔로(Telosa)를 세우겠다고 나선 사람은 미국 월마트의 전 임원이자 억만장자인 마크 로어다.

로어가 '텔로사'를 유토피아라 칭한 이유는 이 땅에서 나오는 수익이 모두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구상 때문이다. 다시 말해 텔로사가 세워지는 토지를 시민이 공동소유하고, 도시 안에서 벌어들이는 임대수익은 교육과 복지, 일자리, 저렴한 주택 등 사회 인프라에 쓴다. 사회 이론가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지금 자본주의, 말뚝 먼저 박은 행운으로 대대손손 부자되는 시스템"

머니투데이

마크 로어 /사진=블룸버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어는 자본주의 결점을 인식하고 '텔로사'를 떠올렸다. 그는 현재 부유한 미국의 가계 대부분은 그 선조가 땅에 말뚝을 박고 본인 땅이라고 주장한 행운 덕이라고 봤다.

로어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어있는 땅은 가치가 없으나, 사람들이 그 근처로 이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치라는 게 생긴다"며 "이 가치, 부를 창출하는 건 사회인데 이익은 처음 그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만 돌아가고 그를 부자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부의 불평등'이 "미국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어는 시민들이 토지의 지분을 나눠 갖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텔로사 토지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기금'으로 모이고, 그 기금은 인프라 확대에 쓰인다. 토지의 가치는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이 텔로사로 들어올수록 높아지고, 더 많은 토지 이익은 다시 주민들 삶의 질을 올리는 데 쓴다는 계획이다. 즉 토지 가치의 상승이 주민 모두의 이득으로 돌아간다는 구상이다. 로어는 "도시가 잘될수록 주민도 잘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는 헨리 조지가 주창한 '토지공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한다. 토지는 한정된 자원이라 이를 통한 이익을 일부 사람만 가져가면 불평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으니, 정부가 이익을 환수해 공공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로어는 이 역할을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내가 소유한 아파트에 대한 세금으로만 뉴욕시에 연 2억원 이상 내고 있다"며 "정부가 그 땅에 대한 세금을 걷어 모두에게 공평하도록 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는데, 이런 의문은 텔로사 구상의 토대가 됐다.


'최고의 목적'이란 뜻을 가진 도시…성공할까?

머니투데이

텔로사 가상 모습 /사진=텔로사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텔로사는 '최고의 목적'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파생어다. 개발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둔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우선 183만평 부지에 5만 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조성하고, 이후 40년 내에 인구 500만명의 대도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어는 이미 교통 계획자, 엔지니어, 도시 역사가 등으로 구성된 팀을 고용했다. 도시에는 친환경 기술을 대거 도입될 예정이다. 모든 건축물은 녹지로 덮인 친환경 디자인이 적용되고 도시 교통은 자율주행 전기차로 이뤄진다. 도시 중심부에 지어지는 고층 건물에는 물 저장고와 수기경재배(흙 없이 물과 비료만으로 재배) 농장,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되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과 식량, 에너지를 도시 전역에 분배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네바다와 유타, 애리조나, 텍사스 등이 부지 후보로 꼽힌다. 건설에 따르는 비용은 초기 단계에 250억 달러(29조 원), 전체 프로젝트의 완성에 4000억 달러(470조 원)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로어는 이를 위해 개인 투자자와 연방 및 주정부 보조금을 활용하고 일부는 자신의 스타트업 투자수익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그의 자산은 약 5000억 달러(581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로어는 회원제 온라인 쇼핑 벤처기업인 '제트닷컴'을 창업해 2년 만에 연간 매출 10억 달러의 기업으로 키웠다. 세계적 유통 업체인 월마트에 33억 달러를 받고 이 기업을 팔면서 '천재 창업가'란 별명도 얻었다. 사업가로서 성공을 거둔 로어가 제트닷컴에 이어 신도시 텔로사 건설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 여부에 대한 전망은 일단 밝지만은 않다. 사라 모저 맥길대학교 지리학교수는 "(성공)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지만 독창성에는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추적 중인 비슷한 아이디어의 150개 도시 가운데 인구 목표를 달성한 곳은 단 1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마크 길리엄 오레곤대 교수도 "연구자들이 19세기부터 유토피아식 도시들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나 대다수는 톱다운 방식(하향식)의 경제모델이 쉽게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며 "도시라는 것은 수없이 많은 요인들에 의해 유기적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런 부정적 시각에 대해 로어는 "도시 개발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이 이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이유를 안다"면서도 "신선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스타트업이 생긴다. 그게 우리에게 필요한 '순진함'"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텔로사 가상 모습/사진=텔로사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