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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리 엄마 얼굴 이제 보네요" 요양시설 접촉면회…맞잡은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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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2주간 요양병원·요양시설 면회 허용

백신접종·PCR검사 결과 '음성'이면 '접촉면회' 가능

감염위험에 비닐장갑 끼고 손 맞잡아

'비접촉면회' 가족들 아쉬움에 눈물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요양시설 접촉면회 가능한 첫 명절
추석을 맞아 13일부터 2주간 요양병원·요양시설의 접촉면회가 가능해졌습니다. 요양병원·시설의 입원환자와 면회객이 모두 백신을 맞았으면 접촉 면회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비접촉으로 면회를 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은 몇 달 만에 부모님 손을 맞잡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끝나길 바랐습니다. 한편 비접촉 면회를 한 일부 면회객은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더 바라보다 갈게요"…요양시설 '접촉면회'

노컷뉴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요양병원·시설의 접촉면회가 가능한 첫 명절이다. 자녀들은 몇 달 만에 부모님 손을 맞잡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끝나길 바랐다. 임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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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요양병원·시설의 접촉면회가 가능한 첫 명절이다. 자녀들은 몇 달 만에 부모님 손을 맞잡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끝나길 바랐다. 임민정 기자
휠체어에 앉은 노모(老母)의 모습이 보이자 딸 유순희(65)씨는 "엄마. 엄마"하며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추석을 맞아 16일 서울 서초구 한 요양센터에선 애틋한 접촉면회가 이뤄졌다. 여전한 코로나19 확산세 탓에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로 면회가 이뤄졌지만 딸은 아흔이 넘은 어머니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으며 온기를 느꼈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요양병원·시설의 접촉면회가 가능한 첫 명절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추석특별방역' 일환으로 13일부터 2주간 요양병원·요양시설의 접촉면회를 허용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금지됐던 접촉면회는 올 6월 한 차례 제한이 풀렸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2천 명 넘게 나오면서 지난 8월 11일 다시 금지된 바 있다.

요양병원·시설의 입원환자와 면회객이 모두 백신을 맞았으면 접촉 면회가 가능하고, 그 외의 경우는 비접촉으로 면회를 할 수 있다. 이번 면회로 자식들은 몇 달 만에 마음껏 부모님을 안아볼 수 있었다. 한편 비접촉 면회를 한 일부 면회객은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면회 시간 내내 노환으로 귀가 어두운 어머니 옆에 바짝 붙어 앉은 유씨는 어머니 손을 꼭 붙잡고 "엄마. 건강하세요"를 속삭였다.

면회 시간은 20분. "시간 다 됐어요"란 요양보호사의 말에 유씨는 "조금만 더 바라보다 갈게요"라며 마지막으로 노모의 삐져나온 머리칼을 정리해주고 등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접촉 면회를 끝낸 유씨는 "어머니하고 활발한 대화가 안 돼서 어제는 어쩌나 했는데. 우리 엄마 표정도 밝으셨고 무엇보다 실컷 만지고 왔다"며 손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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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의 포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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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의 포옹. 연합뉴스
"엄마 나 기억해? 엄마 딸 몰라?"

요양센터의 또 다른 면회 시간. 어머니를 보러 온 삼남매는 연신 노모의 기억을 되살리려 말을 걸며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치매 초기인 80대 어머니는 몇 달 만에 본 자식들을 못 알아보고, 안부인사에도 별 반응 없이 눈만 깜빡였다.

옆에 있던 직원이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어르신 딸 삐졌어. 삐져서 간대"라며 짓궂게 말하기도 했다. 자리에 함께한 한 요양보호사는 "접촉면회는 소통이 잘 안 되는 어르신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식들이 부모님 손이라도 잡고 만지면서 그리운 마음을 달래신다"라고 말했다.

"엄마 추석 잘 보내요" 면회 내내 어머니 손을 붙잡고 있던 자녀들은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접촉 면회가 끝나고 자식들은 챙겨온 어머니 약을 건네주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비접촉 면회객들 "손 잡아본 지가 언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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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미접종자나 PCR 검사를 미처 하지 못한 가족은 '비접촉면회'에 만족해야했다. 치매 어머니를 10년째 요양병원에 모셨다는 강모(58)씨는 "이렇게 오래 어머니를 못 만난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가 터지고 어머니 손 한 번 못 잡아봤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임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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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미접종자나 PCR 검사를 미처 하지 못한 가족은 '비접촉면회'에 만족해야했다. 치매 어머니를 10년째 요양병원에 모셨다는 강모(58)씨는 "이렇게 오래 어머니를 못 만난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가 터지고 어머니 손 한 번 못 잡아봤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임민정 기자
백신 미접종자나 PCR 검사를 미처 하지 못한 가족은 '비접촉면회'에 만족해야 했다. 통유리로 된 칸막이를 사이에 둔 애틋한 면회가 이어졌고 유리막에 가려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탓에 전화로 소통을 했다. 부모님의 손을 직접 잡아드리거나 안아드릴 수 없었던 자식들은 유리막에 손을 맞댔다.

"제가 백신 2차 접종일이 이번 주 토요일이라 그것 때문에 추석인데도 접촉 면회 신청을 못했어요"

치매 어머니를 10년째 요양병원에 모셨다는 강모(58)씨는 "이렇게 오래 어머니를 못 만난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가 터지고 어머니 손 한 번 못 잡아봤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유리막 건너에서 노모의 사진을 여러 장 찍으며 "빨리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추석이니까 오늘 못 온 가족들한테 어머니 '건강하게 잘 계신다'는 것을 보여주려 사진을 찍었다"며 "접촉면회 자격을 갖추면 그땐 직접 찾아 뵐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센터를 찾은 가족들은 명절에 가족끼리 모여 음식을 대접하고 시간을 보내던 소소한 일상이 그립다고 입을 모았다. 김모(67)씨는 "어머니 만나면 예전처럼 음식도 드리고 그러고 싶어요. 우리 어머니가 카스테라 좋아하시고 과일. 단 거 좋아하시거든요. 예전 추석엔 손주 며느리까지 와서 만났었는데…"라고 회상했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본 육십이 넘은 아들은 꽃무늬 블라우스 차림의 어머니를 향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노모는 그 보답으로 '앵두나무 처녀' 노래 한 가락을 불렀다. 김씨는 "오늘은 아들이 가장 좋다고 그러시네. 원래 물으면 자식들 다 똑같다 하다 그러시는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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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4남매가 함께 온 노모(60)씨는 "코로나 전엔 우리 언니가 매일 와서 두세 시간 정도 화투도 치고 했는데 전혀 할 수 없게 됐다"며 "둘째가 토마토 삶고 갈아서 한잔 담아왔는데 이것조차 직접 못 전달한다"며 아쉬워했다. 부스 안엔 3명까지만 들어올 수 있어 노씨 가족은 다른 가족들과 '2교대'로 면회를 했다.

유리막에 가로막힌 짧은 면회에 끝내 눈물을 보이는 어르신도 있었다. 이를 보는 자식들 마음도 편치 않다. 두 동생과 면회를 온 황모(65)씨는 "어머니 들어가실 때 울었잖아. 매번 끝날 때면 이러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하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럼에도 노모(老母)는 밖에 있는 가족들 걱정부터 했다. 황씨는 "어머니가 91세인데 고관절이 안 좋으시다. 그런데도 장가 안 간 손주를 걱정하시더라"며 "부모가 자식 얼굴도 못 보고 자식이 부모 얼굴도 못 보는 이런 일이 어디 있나"며 답답해 했다.

면회를 미리 신청하지 못해 얼굴은 못 보고 가면서도 "추석 간식거리라도 전하고 싶어 왔다"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김모(78) 할머니는 "남편이 안에 있다. 추석 전에 봤으면 좋겠는데 못 봐서 간식이라도 챙겨주려고 왔다"며 보온병에 담긴 죽과 간식을 병원 직원을 통해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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