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파트너 폭력 단죄 위해서는...' 이수정 교수가 강조한 세 가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① 피해자: 혼인신고 여부로 규정 말아야
② 보호법익: '가정보호'에서 '피해자 보호'로
③ 반의사불벌죄 제외: 엄정한 법집행 위해
한국일보

서울 마포구에서 말다툼 끝에 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데이트폭력 범죄를 단죄하려면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이 모든 '파트너 폭력'을 포섭하는 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①피해자의 범주를 혼인신고 여부나 특정 성별에 한정하지 않아야 하며, ②가정폭력처벌법의 보호법익을 '가정 보호'가 아닌 '피해자 보호'로 바꾸고 ③가정폭력처벌법을 반의사불벌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6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데이트폭력 처벌을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연인에게 폭행을 당해 25세 황예진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은 살인과 다름없다"며 '데이트폭력 가중처벌법' 신설을 주장한 바 있다.

① 모든 '파트너 폭력' 엄벌해야

한국일보

연인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딸의 어머니가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먼저 문제 해결을 위해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이 데이트폭력 등 파트너 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데이트폭력처벌법이 발의됐었는데, '연인'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논쟁이 있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폐기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인, 전 부인, 연인, 전 연인, 동성커플 간의 폭력도 처벌하는' 영미권의 사례를 들며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모든 '파트너 폭력'을 처벌하는 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② '혼인신고 여부'로 피해자 나누는 동안 연 평균 100명 숨져

한국일보

데이트 폭력(위)과 가정폭력 현황. 여가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굳이 혼인신고가 된 여성들만 임시조치로 보호해주는' 이유에 대해 "가정폭력처벌법의 보호 법익이 '가정 보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피해자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이른바 '4인 가구'의 철학이 유지되던 시절 만들어진 법"이라며 "그 안에서 폭력 피해를 당하든 말든 가정만 유지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또 '법이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로 피해자를 나누는 동안' 1년에 평균 100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식 통계가 없어서 여성단체에서 10년 동안 기사화된 사건을 세었다"고도 덧붙였다.

통계도 '친족 간 살인'만을 셀 뿐 '아내 살인'은 세지 않는다며 "100건 중 20~30건은 배우자에 의한 사망 사건, 나머지 70~80건은 혼인신고가 됐던 적이 있거나 아예 안 된 파트너에 의한 사망 사건"이라고 말했다.

② 가정폭력처벌법의 보호법익, '피해자 보호'로 바꾸어야

한국일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폭력처벌법 제1항에 규정된 보호법익이 '가정 보호'라고 말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피해자의 생명권 보호가 우선이 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임시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해야 하고 위반할 때는 무조건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과태료만 부과하기 때문에 '내가 돈 내고 괴롭히겠다는데 네가 뭐냐'는 식으로 나오는 가해자도 있다면서 말이다.

현재 임시조치는 "피해자를 쉼터로 끌어내오고 가해자는 집을 차지하게 한다"며 "가해자들이 쉼터로 찾아가서 지속적으로 괴롭히다가 피해자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가정보호 사건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파트너 폭력처벌법으로 타이틀도 바꾸고 명령도 피해자 보호명령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중처벌은 '피해자 보호'로 패러다임이 바뀐 다음 단계에서 고려될 문제라고 했다.

③ 가정폭력처벌법, 반의사불벌죄 돼선 안 돼

한국일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채널A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가정폭력처벌법을 반의사불벌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들을 "법정까지 아주 '독한 여자'가 돼야만 보호받을 수 있는 지경에 놓이게 한다"는 것이다. 파트너에게 계속 매를 맞다보면 '맞을 짓을 했다'고 가스라이팅(세뇌)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의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서라도 반의사불벌죄 폐지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버리면 나중에 입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경찰을 고소하는 일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10월부터 시행되는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인 것도 가정폭력처벌법에서 베꼈기 때문"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로선 신고부터"

한국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행 체계에서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신고'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과거보다는 피해자분들을 구조하기 위한 시스템이 어느정도 구축돼 있다"며 "내가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1366을 누르라"고 말했다. 1366은 쉼터까지 이어지는 피해여성 구조를 위한 긴급지원시스템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