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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대출규제의 다목적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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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평론가]
머니투데이

이종우 경제 평론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대출규제에 나섰다. 올해 대출 증가율을 5~6%로 제한하고 내년엔 4%로 떨어뜨리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신용대출을 연소득 내로 제한하고 한도대출 규모를 5000만원 이내로 낮추라고 은행에 권고했다.

금융당국이 대출규제에 나설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는데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출규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도 서둘러 대책을 내놓게 된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국제결제은행(BIS) 조사대상 43개국 가운데 6위다. 나머지 42개국의 가계부채비율 평균치가 61%니까 우리가 다른 나라의 1.7배 정도 된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빠르다. 2018년 4분기보다 13.2%포인트 상승해 비교국가 중 세 번째를 차지했다.

가계부채의 내용도 좋지 않다. 지난 3월 말 자영업자 대출이 831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8.8% 늘었다. 올 들어 해당 대출의 연체율과 연체자 수가 소폭 감소했지만 이중에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이 들어있어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실제 내용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청년층 대출도 문제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전체 신규 가계대출 중 청년층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 되는데 대출액의 상당 부분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과 '빚투'(빚 내서 투자) 등 투자에 들어간 만큼 자산가격이 떨어질 경우 위험이 커지게 된다. 과거 경험도 정부가 대출규제에 나서게 된 요인이다. 참여정부 때 3년 넘게 부동산이 오른 적이 있다. 2006년 금융권의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가 가격상승을 막은 결정적 계기가 됐는데 그 경험이 정부가 대출규제에 나서도록 만든 것이다.

대출규제를 하더라도 집값이 당장 안정되지는 않는다. 가격의 속성상 상승할 때는 어떤 정책도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정책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다목적 포석을 놓을 때가 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가계부채가 늘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충격이 더 커진다. 정부 입장에서는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통제 가능한 범위 내로 강도를 약화할 필요가 있는데 그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2003년 카드채 사태가 모델이 되고 있다. 당시 신용위기가 발생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금융권 내에서 해결됐다. 대출규모를 줄이고 금리를 올려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높여주면 위기가 발생해도 흡수할 여력이 커지는데 그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앞으로 대출규제는 2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나는 대출비용을 높여 꼭 필요한 사람만 대출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원리금 분할상환을 강하게 시행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금융소비자 보호법을 적극 활용해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저금리 정책과 비대면 대출 활성화 등 대출 접근성을 높인 것이 부채가 늘어나고 집값이 올라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를 바로잡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종우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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