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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fn사설] 노노갈등 탓에 빵집에 빵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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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한노총 대립에
가맹점 주인만 발동동


파이낸셜뉴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트에 빵을 배송하는 화물연대 배송노조의 파업으로 15일 빵 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빵이 없어 파리바게트 매대가 많이 비어있다. SPC그룹은 전국에 3400여개 파리바게트 가맹점을 두고 있다.(독자제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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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 빵이 없다. 15일 SPC그룹서 운영하는 파리바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SPC는 전국에 3400여개의 파리바게트 가맹점을 두고 있다. SPC는 지역별 물류센터를 통해 빵 제품과 반죽 등을 배송하지만 배송 노조가 파업을 한 것이다. 빵집의 아침 매출은 상당하다. 샌드위치 등은 출근길 인기 간편식이다. 오전 6시면 배달돼야 할 빵이 오지 않으면서 장사를 못한 매장들도 많았다. 가맹점주들은 오후에 다른 배송차를 부랴부랴 수소문해 매장에 빵을 채웠다. SPC에 따르면 배송은 16일에도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빵 공급 중단은 파업이 아니라 노노 갈등에서 시작됐다. SPC그룹 호남샤니 광주공장에서 일어난 노조 간 이권다툼이 발단이다. 빵 제품은 공장에서 운수회사를 통해 가맹점에 배송된다. 운수회사는 SPC그룹 소속이 아니다. 계약에 따라 물류운송을 담당한다. 호남샤니 광주공장엔 민주노총 소속 배송 기사 40여명과 한국노총 소속 20여명의 배송기사가 각각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 관계자는 "코스 배정 등을 놓고 의견 차이가 생겼고, 노조 측 주장대로 운수회사가 들어주지 않자 지난 3일부터 민노총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파업이 시작됐다"고 했다. 운수회사가 파업의 불법성을 문제 삼으며 민노총에 배상 요구를 하자 15일 파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아침 빵이 사라지게 된 빵 사태 일지다.

현장 노노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빈번하다. 타워크레인을 차지하기 위한 노조 간 폭력사태는 오늘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타워크레인 노조에는 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지부(2200명)와 한노총 연합노련 크레인노조(900명), 한노총 건설노조 크레인분과(600명)가 소속돼 있다. 세 노조가 서로 공사를 맡겠다고 다투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상대방 노조가 취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청원글이 올라올 정도다. 불법농성이 이어지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태도 노조 간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25일째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 중이다.

노노갈등은 따지고 보면 일자리 문제다. 파리바게트도 타워크레인도 현대제철도 좋은 일자리를 더 갖겠다는 것이다. 무조건적 비난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불법파업은 안된다. 파리바게트 배송노조는 노사교섭, 고용부 중재신청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대체차량 투입도 방해하고 경찰과 충돌까지 빚었다.

노노갈등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 문제도 있다. 빵집에 빵이 있고 없는 것은 가맹점주에겐 생존의 문제다. 타워크레인 일감 다툼도 마찬가지다.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멈추면 현장은 올스톱이다. 아파트 건설현장이라면 분양가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SPC와 파리바게트 가맹점주들의 대응을 지지한다. 불법파업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양대 노총의 '세 불리기' 경쟁과 이에 따른 노노갈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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