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 10명 중 8명 “인력 부족 여전…분류작업 한다”

과로사 대책위, 426명 상대 설문조사

분류작업 택배 노동자 80% “분류인력 부족”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6일 오전 송파구 서울복합물류단지에서 택배사 관계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을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 맡기기로 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택배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인력 부족 등으로 여전히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6일 씨제이(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426명(택배 노조 조합원 79명·비조합원 347명)을 상대로 분류작업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6월 대책위와 정부, 택배사업자(씨제이대한통운·롯데·한진·로젠) 등은 연내 택배 노동자를 분류작업에서 제외하고 노동시간을 주 60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택배노동자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를 한 바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출근 뒤 분류작업을 하지 않고 개인별로 분류된 물품만 실어 배송하고 있다’라는 질문에 75.8%(323명)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323명 중 59명(18.3%)는 “분류인력이 전혀 투입되지 않아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81.7%(264명)는 “분류인력이 투입됐지만,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분류인력이 있지만 분류작업을 한다’고 답한 264명 중 80% 이상이 ‘분류인력 부족’을 이유로 분류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응답했다. 32.6%(86명)는 “분류인력 인원이 개인별 분류가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투입되지 않았다”고 했고, 55.3%(146명)는 “분류인력의 인원수도 충분치 않고 투입 시간도 분류작업 소요 시간보다 짧다”고 답했다. 이밖에 “분류인력 비용을 부담한다”고 밝힌 택배 노동자는 84명(27.2%)였다. 대책위는 “택배현장에서는 분류인력이 분류작업 시작 시간보다 늦게 투입되거나, 분류작업 종료 시간보다 분류인력이 일찍 철수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씨제이 대한통운이 2차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합의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현장이 확인되고 있다”며 택배 회사와 대리점, 택배노조 간 3자 회동 구성을 촉구했다.

씨제이대한통운 관계자는 “지난 6월 22일 체결된 사회적 합의에 따라 내년 1월부터 택배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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