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中정부가 보급한 ‘피싱 방지 앱’... 해외 웹사이트 접속까지 들여다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 3월 보급한 피싱 사기 방지 앱, 약 2억 대에 설치돼

해외 사이트 접속했다가 공안에 나흘 간 집중 추궁

조선일보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블룸버그 통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공안부가 사기 범죄 예방을 위해 보급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용자의 해외 웹사이트 접속 기록을 모니터링하고, 접속 이유를 심문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해당 앱은 약 2억 대의 휴대폰에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적인 인터넷 사기 예방 캠페인을 벌여온 중국 공안부는 지난 3월 핸드폰 피싱 범죄 방지 명목으로 해당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사기 의심 전화를 차단하고 악성 코드를 보고하는 등의 기능이 있다. 공안부는 앱 설치를 권고 사항으로 두었는데, 일부 지방 정부에서는 공무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를 의무화 했다.

FT는 이 앱을 설치한 이들이 해외 웹사이트에 접속하자, 공안에게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한 경위 등을 캐묻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미국 금융 뉴스 사이트에 접속한 뒤 공안에게서 전화가 와 해외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해외 웹사이트를 방문하는지 등을 물었다고 FT에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사기 방지 앱 이용자는 “경찰이 정말로 해외발 피싱 범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도 “그러나 외국인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물은 것은 (공안이) 내가 해외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이 사용자는 이후 해당 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기 방지 앱이 일부 해외사이트를 ‘위험 사이트’로 규정한 탓에 공안에게서 집중 추궁을 당한 사례도 나왔다. 산둥성에 사는 한 시민은 블룸버그 등 해외 뉴스 웹사이트에 방문한 뒤 앱에서 ‘고위험 사이트’에 접속했다는 알림을 받았고, 이후 공안에게서 나흘 연속으로 전화가 왔다고 FT에 밝혔다. 이 사용자는 “당국은 어떤 방식으로 해외 웹사이트와 피싱 범죄 간의 연관 여부를 판단하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FT는 아파트를 임대하거나, 자녀들을 학교에 등록시키기 위해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사생활 관련 문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부 사용자들은 해당 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통화 기록, 문자 메시지 대화 등 29개 사항에 대한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앱을 설치하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거부했다는 상하이의 한 시민은 “단지 피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공안이 내 삶의 모든 부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편 중국 공안 당국은 사기 방지 앱이 빠르게 증가하는 피싱 범죄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FT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유선 또는 온라인 피싱 범죄 혐의로 지난해에만 36만1000여명을 체포했다. 2018년 73000명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리 베이 중국 공안부 대변인은 지난 4월 “피싱 사기는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범죄 중 하나”라고 했다. 또 다른 공안부 고위 관리는 “사기방지앱을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2300만 건의 경보 메시지를 발령했다고 했다.

[김지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