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0대 여성의 개인정보 등이 담긴 불법 합성물이 게재됐다. 나이, 이름 등 신상정보가 담긴 이 합성물은 커뮤니티 사용자들을 통해 다른 온라인 사이트 곳곳으로 퍼졌다.
서지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TF팀장이 15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에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을 주제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스포츠 팬 사이트에 여학생 하반신 사진 올려”
디지털 성범죄 전문가들이 전한 실제 사례다. 사회에 큰 충격을 준 ‘N번방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관련 범죄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한층 진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법무부는 15일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을 주제로 비대면 화상 세미나를 열었다.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익명의 취재팀 ‘추적단 불꽃’과 시민단체 ‘리셋(ReSET)’ 관계자가 이날 강사로 나와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과 실태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온라인 언어 성폭력은 물론 이미지, 음성 등의 불법 합성, 온라인 그루밍(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인 뒤 성폭력을 가하는 행위) 등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적단 불꽃’ 관계자는 “특정 스포츠 종목의 팬들이 찾는 커뮤니티에서 한 사용자가 같은 반 학생의 하반신 사진이라며 공유하거나, 30대 남성과 여중생의 교제 과정이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게재되는 등의 사례가 발견됐다”라고 전했다.
범죄는 트위터, 인터넷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텔레그램, 위커와 같이 보안성이 뛰어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성범죄물은 개인 대 개인(P2P) 거래는 물론 불특정 다수가 있는 메신저 단체방에 유포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발표자들은 유포 형태를 크게 금전거래형, 자료 교환형, 범죄조장형으로 나눴다. 금전 거래는 말 그대로 문화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 등 금품을 받고 자료를 유포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암호화폐도 활용되고 있다. 익명성 보장이나 수사 회피를 위해 은행계좌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성착취물을 타인의 소유물과 맞바꾸는 형태 및 타인으로 하여금 성범죄물을 퍼뜨리라고 조장하는 식의 유포 행위도 횡행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세미나 자료. 법무부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성착취물 많이 올리면 ‘형님’ 우대
가해자의 특성도 소개됐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했노’, ‘개꿀이노~’ 같은 ‘노’체의 말투를 주로 쓴다고 한다. 다만 ‘리셋’ 관계자는 “이 말투는 사실상 사투리여서 이 말투를 쓴다고 해서 가해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가해자들이 많이 쓰는 말투 중 하나라 유형 안에 넣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형님’과 같은 용어를 쓰며 성범죄 영상을 달라고 굽신거리는 이들도 있다. 성범죄 착취물을 많이 올리는 경우 ‘형님’으로 우대된다고 한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박사방' 관련자들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시민.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해자들은 주로 피해 여성 이름이나 여성 아이돌, 정치인 등 유명 인사의 이름을 활동명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필 사진도 피해 여성 사진 혹은 유명인 사진을 비롯해 여성 합성 사진, 성기 사진 등을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추척단 불꽃’관계자는 “N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가해자들이 조금은 움츠러드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최근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더 심각해진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는 피해자 인권의 관점에서 수사, 공판, 교정, 보호관찰 등 형사사법 대응 체계 전반을 진단해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경찰・검찰・법원뿐 아니라 여성가족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원활히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