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생활고를 겪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 A씨의 서울 마포구 맥줏집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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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서 맥줏집을 하던 A씨는 지난 7일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23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 왔지만, 갑작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넘어서기 어려웠다. 숨지기 전 A씨는 자신이 살던 원룸을 빼 남은 직원의 마지막 월급을 줬다.
지난 12일에는 전남 여수의 한 치킨집 주인 B씨가 삶을 등졌다. B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경제적으로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15일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C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C씨는 가게 임대료를 버거워하며 주변에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2~3일 새 자영업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제보가 22건 들어왔다”며 “진위가 확인되면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영업자 비중 또 최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자영업자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벼랑에 선 자영업자의 고통은 절절한 숫자로 드러난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5000명 감소한 총 555만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1만2000명이 적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로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었다. 13년 전(2008년 8월 25.5%)에는 이 비중 25%를 넘었다. 내수가 점점 위축하고, 자영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자영업자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충격이 더해지며 더 많은 자영업자가 더 빠르게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51만8000명 늘어나는 등 고용시장 전반은 작년보다 회복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사정은 다르다. 최근의 코로나19 4차 유행은 자영업자가 많은 대면 서비스 업종에 추가 타격을 입혔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취업자가 11만3000명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도 3만8000명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전개된 영업의 비대면화는 설상가상의 타격이다.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인터넷·홈쇼핑 등의 비대면 무점포 소매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63조574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45조1880억원)보다 40.6%(18조3860억원)나 폭증했다. 반면 거리 상점인 전문소매점 판매액은 올해 1∼7월 72조1180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78조7410억원)보다 9.1%(6조6230억원) 감소했다.
결국 자영업자는 점점 쌓이는 인건비 부담 등을 견디다 못해 영업을 접거나, 직원을 내보냈다. 지난달 ‘직원을 둔 사장님’(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은 130만1000명이었다. 8월을 기준으로 1990년(119만3000명) 이후로 31년 만에 가장 적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6만1000명(-4.5%) 줄었는데, 2018년 12월 이후 33개월 연속 감소다.
반대로 고용을 유발하지 않고 혼자 일하거나 무급 가족 종사자의 도움을 받는 ‘나홀로 사장님’(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은 424만9000명으로 5만6000명(1.3%) 증가했다.
영업이 어렵다 보니 결국 금융회사에 손을 내밀고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8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18.8%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9.5%)보다 훨씬 높다. 지난 4월~8월까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16조9000억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8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50조원을 껑충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월 말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는 245만6000명이었다. 1인당 평균 3억3800만원의 빚을 내고 있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는 126만명, 이들의 부채는 약 50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나이스평가정보)도 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가운데)와 자영업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 폐지와 손실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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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4%가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폐업을 생각 중인 이유로는 매출액 감소(45.0%)가 가장 많았고,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 대출 상환 부담과 자금 사정 악화(22.0%) 등을 꼽았다.
전날 소상공인연합회와 자영업자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내몰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극한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며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고 45만3000개, 하루 평균 1000여개 매장이 폐업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업시간·인원 제한 중심의 현 거리두기 방역 지침을 철회하고, 전 소상공인 업종에 영업제한을 철폐할 것을 촉구하며 “작은 매장에서 테이블 간 거리두기, 샤워실 운영금지, 숙박업의 투숙 제한 등 업종에 따라 사실상 집합금지와 다름없는 인원제한 및 영업행태 제한의 경우도 반드시 손실보상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은 정부가 방역 조치를 완화해야 자영업자의 사정이 그나마 나아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취업자가 서비스업 등 자영업 외에도 다른 업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는 산업·고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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