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받은 것도 억울한데 잘 산다고 할까 봐 얘기도 못 해요."
"서로 사는 건 비슷한데 지원금 받는다고 하니 웬지 박탈감이 느껴지네요."
국민지원금이 서민층을 갈라놓고 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한 쪽은 못 받아 억울함을, 한 쪽은 받아 박탈감을 호소한다.
여기에 국민지원금 '新계급표'의 등장이 국민들 마음에 불을 질렀다.
국민지원금을 받으면 평민, 지원금에 10만원을 더 받으면 노비로 분류된다. 지원금을 못 받은 사람은 상위 소득에 따라 성골과 진골, 6두품에 속한다. 신라 시대의 골품제가 부활한 셈이다.
코로나19 시대 새 빈부 격차로 계층을 갈라놓은 건 정부가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을 소득 하위 88%로 정하면서 비롯됐다.
거꾸로 말하면 국민지원금을 못 받은 사람은 상위 12%에 속한다.
잘 벌고 잘 산다고 한 번 생각해 본적 없었는데 이번 지원금으로 소득 상위층으로 분류된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이들의 억울함은 정부에 이의제기로 이어졌다. 아이를 낳아서 혼인이나 이혼해서 가구원 수가 늘고, 줄어 소득 기준이 바껴 못 받은 사람들이 다수였다.
더 억울한 건 실직이나 휴직했는데 이전 보험료가 과다하게 나온 직장 가입자, 거리두기 강화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도 상위 12%에 들어 못 받았다는 거다.
이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와 여당은 소득 하위 88%에서 90%로 늘려 100만명에게 지원금을 더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상위 10%에 들게 된 서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급기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지원금 이의 신청자를 최대한 구제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급 대상을 90%로 확대하는 것은 또 아니라고 해 혼란이 생겼다.
최대한 구제한다는 건 곧 지급 대상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상을 늘려도 기준선에 놓여 못 받는 사람이 생긴다. 100% 지급될 때까지 말이다.
당초 국민을 88%와 12%로 나누는 주먹구구식 지급 기준 자체가 문제였다.
국민지원금은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서민들을 돕자는 취지다. 살던 원룸을 빼 직원 월급주고 세상을 뜬 맥줏집 주인에게 꼭 필요했던 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헬리콥터 살포식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인 핀셋복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엿가락 같은 선심성 지원으로 국민들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콕 찍어서 지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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