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이 가계부채보다 빠른 속도로 쌓인다. 코로나19 확산 후 6분기 만에 22% 늘었다. 대출의 양도 문제지만 질도 떨어졌다. 자영업자 대출 상당 부분이 가계 생활비 부족 해소용이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전체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41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보다 7%(27조1000억원) 늘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 좁히면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92조원으로 같은 기간 7.8% 증가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의 증가속도는 가계대출보다 빠르다. 올 1~8월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5.8%로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보다 1.2%포인트 낮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개인사업자대출은 1년8개월여 사이 74조6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물론 대기업,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제외)보다 가파르다.
개인사업자대출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계대출의 사각지대'로 불린다. 특히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자영업자가 월세, 인건비 등을 위해 개인사업자대출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대부분이 자영업자인 숙박·음식점업의 금융권 대출은 올 2분기말 80조44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30.4% 늘었다. 영세 자영업자는 가계 생활비가 영업점 운영에서 나오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대출이 사실상 가계대출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옮겨가고 있다. 전체 숙박·음식점업 대출 중 비교적 고금리인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36.1%로 지난해 말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2분기(33%)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은행권에서 돈이 막히자 저축은행 등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비은행권의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6분기 만에 40.8%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의 적신호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전성 지표는 제 역할을 못한다.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 6월말 0.18%로 지난해 말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3%로 0.9%포인트 떨어졌다. 정부의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등 지원 조치로 착시현상이 나타났다고 업계는 본다.
여기에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모수)가 커지면서 연체율 희석효과까지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 연장을 검토 중이다. 성상환 예금보험공사 은행상시감시팀장은 "금융지원 조치가 만료될 경우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개인사업자대출 건전성이 일시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해당 대출 금융지원, 자산건전성 등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