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성동훈 기자 =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2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북핵 문제 협의를 위해 일본 도쿄로 출국하던 중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도쿄에서 오는 14일까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함께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다. 2021.9.1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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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 전략적 모호성 등을 견지해온 한국 외교가 중대 시험대에 올라섰다. 13일부터 15일까지 한미일 및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와 한중 외교 장관회담이 잇따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한국 정부가 어떤 전략으로 임할지 주목된다.
먼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3~14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한·미·일-한·미 북핵 수석대표들과 연쇄 협의를 갖는다. 회담이 한창일 14일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한다. 15일에는 왕이 부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회담한다.
한미일 협의 키워드는 '북핵'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함께 미국은 북한을 고리로 3국 공조 체제를 더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 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번 협의까지, 최근 한 달간 세 번째 대면하게 된다. 두 사람은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같은 달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났다. 잇단 만남에서 한미는 코로나19 방역과 보건, 식수 공급 등 인도주의적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에 확실히 선을 그은 일본과 달리 중간자적 태도를 이어온 한국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왕이 외교부장이 나선다. 한·중 외교부 장관의 회담의 표면적 의제는 한·중 국교 수립 30주년을 앞둔 전략적 협력 관계 강화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에 기울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고 가능하면 중국 편에 서도록 설득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돼 있다. 왕 부장이 아시아 4개국 순방에서 내놓는 메시지들에서 유추할 수 있다.
왕이 중국 외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외교부에서 쁘락 소콘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회담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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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부장은 지난 10일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중국은 베트남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과 동아시아에 집중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심의 지역협력구조를 확고히 추진해 역외 세력이 아세안의 중심 지위를 무력화 하지 못하게 하자"고 말했다.
12일 캄보디아를 방문해서는 훈센 총리, 쁘락 소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등과 잇달아 만나 지역 공동체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아세안의) 단결력을 강화하고 강권정치와 패거리 정치에 투쟁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하자"고 언급했다.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최근 미국과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중국에게 한국은 아세안과 또 다른 이해관계로 얽혔지만 미국과 대결구도라는 큰 틀에서 한국의 중국 지지 또는 적어도 중립적 태도 유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특히 앵글로 색슨 계열 국가들 위주로 구성된 국가기밀 공동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와 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에 한국을 포함 시키려는 서방의 움직임은 중국으로서는 민감한 현안이다.
한국은 안보 관점의 지리적 중요성 말고도 중국 산업과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나라다. 중국은 지난해 956억달러 규모 메모리 반도체를 수입했는데 이중 한국에서 수입한 양은 448억달러로 전체의 46.9%에 달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과 수급 숨통을 조이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밀월이 깊어지는 건 중국 산업의 불확실성을 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지렛대 삼아 한국 정부를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 한미관계는 물론 대북 정책, 중국에 대한 높은 무역 의존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중심 잡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중국을 상대로 초기에 기선을 잡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와 내년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장기 집권이 유력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외 강경노선 사이에 한국이 낀 양상이다.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요한 고비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력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베이징(중국)=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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