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자영업 이어오던 A씨, 숨진채 발견
코로나19 여파..하루 매출 10만원까지 줄어
"드린 게 없어 너무 죄송하다" 온라인 추모글
서울 마포구에서 23년째 맥줏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A씨가 극단선택을 해 숨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 한 가게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조치 일환으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23년째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 자영업자의 극단선택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생전에 성공 가도를 달리던 고인이 정부의 방역지침 등으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에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방역지침이 자영업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먹자골목에서 지난 1999년 맥줏집을 시작해 23년째 자영업을 한 A씨(57)는 지난 7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A씨의 사망 시점은 발견되기 수일 전으로 추정된다. 지인과 마지막 연락을 나눈 것은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없었다.
A씨는 생전에 맥줏집을 비롯해 일식 주점, 한식 뷔페 등 4곳으로 업장을 확장할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A씨는 요식업계에서 드물게 주 5일제를 실시하고, 연차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원들 복지에도 남다른 애정을 갖고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을 키우면서 직원들에게는 업소 지분을 나눠줬고, 직원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 된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 사적모임 인원 수 제한 등 영업에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매출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고, 일일 매출이 10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날이 이어지면서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결국 가게 4곳중 3곳을 정리했지만 직원들의 월급을 비롯해 월세 1000만원 등 주기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숨진 A씨의 휴대전화에는 채권을 요구하거나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들이 남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는 A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고인이 된 A씨의 빈소에는 함께 일했던 직원과 자영업자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온라인 추모 공간에도 "사장님께 드린 게 없어 너무 죄송하다" "힘들 때마다 항상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하다" 등 고인을 기리기 위한 추모글이 잇따랐다.
한편 이날 전남 여수에서도 치킨집 사장 B씨가 "경제적으로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가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보아 타살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