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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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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하나 바꿀때마다 울화통"…K드론이 美中 못따라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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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업계, 비행승인 간소화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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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용 드론(무인기)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A사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수백번의 비행 테스트가 필요한데, 매번 1주일이 넘는 정부의 비행 승인을 기다려야해서다. A사 대표는 "개발 중인 현 제품에 대해서만이라도 동일조건 후속 테스트를 신고제로 운영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드론을 개발·제조하는 국내 벤처·스타트업들이 비행 관련 각종 규제로 인해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들로 인해 드론 개발은 물론 산업계 보급·활용도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은 세계 각국이 미래먹거리로 육성하는 산업이다. 정보통신기술(ICT)·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접목해 취미용에서 군사, 물류, 농업, 안전,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드론산업 전문 조사기관 드로니(DRONEII)는 올해 드론시장이 263억달러(약 30조7100억원)을 기록하고, 연평균 9.4%씩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413억달러(48조23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2017년 드론산업의 미래성장동력과 일자리창출 가능성을 보고 '8대 선도산업'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업계는 낡은 규제가 드론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가 꼽는 대표적인 규제는 '비행승인'이다. 현행 항공안전법상 25kg을 초과하는 드론을 비행할 때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통상 신청부터 승인까지는 5~10일이 소요되는 데 개발·제작 과정에서 사소한 부품 하나만 교체해도 매번 승인을 새로 받아야만 한다. 업계는 이 기간이 개발·제조하는 과정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김영우 한국드론기술협회 회장은 "새 드론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제조과정에서 수많은 테스트 비행이 필요하다"며 "간단한 부품 하나 교체했을 뿐인데, 매번 1~2주씩 기다리면서 개발이 지체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화호, 양평 등 전국 32개 지역에 승인없이 드론을 사용할 수 있는 비행공역(UA)이 있지만, 기업이 활용하기에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매번 제조·수리 장비를 다 싣고 비행공역을 오가는 것은 벤처·중소기업 입장에선 부담일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회사를 지방의 비행공역 인근으로 옮기면 전문인력 유치가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승인까지 6주(휴일제외 30일)가 걸리는 야간비행·원거리 비행용 특별비행승인이나 가입이 어렵고 비용적 부담이 큰 면허·보험제도들도 산업현장에서 드론 활용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옴부즈만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3년간 드론업계에서 제출된 민원은 97건으로 이중 30여건이 비행승인 간소화 관련 민원이었다.

그러나 정책 당국은 안전과 관계된 사항인 만큼 승인 절차를 더 이상 간소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비행 난도, 기상상황 등 안전 확보 문제여서 업체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는 곤란하다"며 "승인기간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옴부즈만 관계자는 "드론 관련 벤처·스타트업들이 출발조차 못하고 주저앉는 일이 없도록 규제 개선 관련 협의를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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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항공안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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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드론시장 2300억원 규모 그쳐…미중 승인제 아닌 신고제 운용 등 규제 대폭 완화


코로나19(COVID-19)로 각국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온라인 거래와 물류·유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드론 산업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규제 완화를 통해 드론산업 육성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중국과 미국이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드론시장에 뛰어들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10일 미국 드론산업 전문 조사기관 드로니(DRONEII)에 따르면 올해 세계 드론시장은 전년대비 25.8% 성장한 263억달러(약 30조710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드론 배송서비스 등 물류·유통 분야 활용이 증가하고 인공지능(AI)·5G(5세대 이동통신) 등 적용 기술이 발전하면서다. 드로니는 드론산업이 연평균 9.4%씩 증가하면서 오는 2026년에는 413억달러(48조2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드론시장의 규모는 미미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드론시장은 2억 달러(2300억원) 규모에 그쳤다. 미국과 중국이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유럽, 일본의 드론시장도 성장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드론 제조·판매 부문은 중국이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드로니 조사에 따르면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상업용 드론시장을 기준으로 판매 점유율은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DJI가 76.1%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인텔(4.1%), 중국 유닉(2.6%), 프랑스 패럿(2.5%) 순이다. 국내 드론업체들의 경우 평균 매출액이 20억원 미만으로 영세해 전부 합쳐도 0.1%의 점유율을 기록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주일 걸리는 비행승인제…중국처럼 '신고제'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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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부품, 센서, 배터리 등 기체 조립·설계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국내 드론산업이 가시적인 성장을 보이지 못한 이유로 업계는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중국과 미국이 과감하게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취한 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기인증부터 비행승인 등의 절차가 복잡하고 대기시간도 길어 선진국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경우 드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비행 테스트와 관련해 승인제가 아닌 신고제를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116kg 미만 드론 비행 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관제소에 신고만 하면 비행 테스트가 가능하다. 김영우 한국드론기술협회 회장은 "비행승인 신청이 많아 일일이 검토하고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인 만큼 동일 제품에는 최초 승인 이후 '동일 조건' 테스트라면 신고제로 운영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게 효율적이고 안전할 것"이라며 "특별승인·면허 문제는 담당 인력 충원, 규정 변경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인기간·어려운 면허, 간소화해야 산업계 활용 늘 것"

산업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하는 데도 비행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야간 비행이나 원거리(비가시권) 비행에 필요한 특별비행승인이 대표적이다. 야간·비가시권 비행에 대한 별도의 승인절차는 해외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휴일제외 30일(6주)로 상대적으로 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검사기관 인력부족 등이 이유로 꼽힌다.

업계는 이 때문에 평창올림픽 드론 오륜기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나 물류 등 배송산업에 상용화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드론 라이트쇼 업체 대표는 "승인 여부를 1개월째 알 수 없으니 공연기획사들이 드론라이트쇼를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드론라이트쇼, 드론배송이 아니고서는 민간에 적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면허와 보험규제가 걸림돌이 된다. 25kg 이상 드론은 정식 필기·실기시험이 필요한데, 교육기관이 수도권에 편중돼있고 교육비만 300만원이 넘어 농촌에서 사용하기 장벽이 높다. 보험 역시 난관이다. 농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25kg 초과 드론은 보험료가 100만원에 달하고 일반 사용자들의 가입 자체도 쉽지 않다. 한 농업용 드론 수출업체는 "논밭에서만 사용돼 위험도가 낮고 단순한 동작만 이뤄지는데 일반 드론과 같은 면허·보험규정이 적용되다 보니 보급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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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군 신덕면에서 벼 병충해 항공방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임실군 제공




전문가들도 "드론 규제, 몇십만 일자리 놓쳤다…적극적 규제완화 필요"

전문가들도 드론 관련 규제들의 추가적인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홍콩과학기술대학 출신들이 만든 DJI가 전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반면, 카이스트에서는 학내에서 드론 관련 실험 하나를 위해서도 모두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며 "이 같은 차이로 엄청난 시장을 놓치고 몇십만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잃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철 상명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도 "중국은 2012년부터 드론산업에 '선허용-후보완' 방식의 규제를 적용해 DJI, 이항 등 제조사들을 육성했다"며 "반면 국내 드론 규제들은 최근 어느 정도 정비됐지만 산업계의 어려움은 5년 전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급성장하는 드론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처럼 '선허용-후보완' 방식의 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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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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