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처벌 전력…유공자 된 후 단체 회장까지
2000년대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 관여…붕괴 현장업체 알선, 금품 수수
5·18구속부상자회 신임 회장 선출된 문흥식 |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나는 조직 폭력배가 아닙니다."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관련 업체선정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약 3개월간의 미국 도피 행각을 마치고 11일 자진 귀국했다.
조폭, 브로커, 5·18단체 대표 등 각각 다른 수식어가 붙은 그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그의 인생 행적을 되짚어 봤다.
1960년생인 문씨는 광주 출신으로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난 동구 학동 일대가 그의 활동 무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씨의 이름 뒤에는 사업가이자, 5·18 단체 대표라는 직함이 붙지만, 그에게는 오랜 기간 조폭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나는 조폭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범죄로 얼룩진 그의 인생 이력이 조폭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배경이 됐다.
그 배경은 문씨가 처벌받은 판결문에서 엿볼 수 있다.
1994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그는 이후에는 상인들을 폭행·협박하고 주차장 운영권을 두고 폭력을 행사해 수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1998년 지명수배됐다.
2년여간 도피 생활 끝에 구속기소 된 문씨 1심 재판 판결문에는 '그가 신양OB파 행동대장이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문씨는 재개발 및 재건축 정비사업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체의 호남본부장으로 활동하다 2007년부터 직접 관련 업체를 차려 겉보기엔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체포된 '해외도피'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 |
그러나 학동 4구역의 인접 사업지인 학동 3구역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 영향을 행사해주겠다며 6억5천만원을 업자로부터 받아 징역 1년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출소한 그는 재개발 사업 이권 개입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또 붕괴 참사가 발생한 학동 4구역 철거업체들로부터도 업체선정 알선을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공범과 함께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의 어두운 이면과 달리 대외적으로는 5·18 단체 회장의 명함을 획득,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문씨는 2015년 제7차 광주시 5·18 보상심의위원회에서 14등급 부상자로 인정돼 5·18 유공자가 됐다.
5·18민주화운동 약 35년 만에 유공자가 된 그는 2019년 12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연행돼 구속됐거나 다친 유공자들의 단체인 5·18 구속부상자회 중앙회 제7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문씨는 부적절한 조직 운영 등 각종 잡음과 비위 의혹으로 여러 차례 해임이 건의됐고, 이와 관련 고소·고발 사건도 이어졌다.
이런 이력 탓에 광주를 방문한 주요 정치인들과 자주 만나게 되고, 주요 대선 후보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로 인해 해당 후보들에게 '조폭 유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씨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발생 초기부터 해당 재개발사업 현장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되자, 참사 발생 나흘 만에 미국으로 돌연 출국해 도피했다.
자진 귀국 의사를 한차례 번복한 끝에 비자 만료 기한을 다 채우고서야 자진 입국한 그를 대상으로 경찰은 붕괴 참사 관련 업체 선정 비위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5·18 기념식장 출입 저지 당하는 문흥식 |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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