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군, 곳곳에서 저항군의 거센 공세 직면
80대 정계 원로도 “군부 맞서 무기 들어라”
미얀마 군사정권을 지탱하는 정규군 병력이 민주 진영 저항군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미얀마의 ‘국군의 날’에 해당하는 지난 3월 27일 군대가 위풍당당하게 시가행진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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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가 일어난지 7개월이 지난 미얀마에서 요즘 정권을 장악한 군부와 민주 진영 인사들 간 내전이 격렬하게 펼쳐지고 있다.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가 군사정권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뒤 곳곳에서 미얀마 정규군 병사들이 NUG 측 반군부 무장단체 시민방위군(PDF)의 공격에 속속 쓰러지는 모양새다.
◆정규군, 곳곳에서 저항군의 거센 공세 직면
10일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에서 전날 PDF가 정규군을 상대로 폭발물 공격을 가했다. PDF는 “미얀마 군인 한 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고 전과를 소개했다. 지난 8일에도 사가잉 지역 깔레의 PDF가 지뢰와 폭발물로 미얀마 정규군 호송대를 공격했다. PDF는 “매복 기습으로 다수의 미얀마 군인이 사망했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사가잉 지역 먀웅 타운십에서는 PDF 근거지를 급습한 미얀마 군인들이 저항 세력이 총 세 차례에 걸쳐 격렬한 교전을 벌였다. PDF는 “이 과정에서 미얀마 군인 9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며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 한 저항의 확산은 군부가 공식 발표한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지난 7일 NUG가 군정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뒤 정규군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 최대 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7일 이후 미얀마 정규군에 대한 공격이 이전 하루 평균 3건에서 5건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급해진 미얀마 군인들은 온갖 잔인한 짓도 서슴치 않는 분위기다. 최근 사가잉 지역 깔레의 한 마을에서 정규군이 집 9채를 불태우고 정신질환자 1명을 포함해 마을 주민 3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저항군에 대한 보복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주민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NUG나 PDF 쪽에 가담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했다는 점이다.
미얀마 소수민족 카렌족 출신의 만 조니(80) 전 에야와디 지역 수석장관. 그는 군복을 입고 소총을 든 사진을 SNS에 올리며 군부와 맞서 싸울 것을 촉구했다.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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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정계 원로도 “군부 맞서 무기 들어라”
앞서 NUG를 이끄는 두와 라시 라 대통령 대행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군정을 상대로 한 ‘저항 전쟁’이 시작됐다”며 미얀마 국민들의 봉기를 촉구했다. 그는 “독재를 완전히 뿌리 뽑고, 모든 시민이 오랫동안 열망해 온 평화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설립할 것”이라며 “이번 혁명은 정당하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갖는 연방을 건설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라시 라 대행은 미얀마 내 소수민족 세력과 PDF를 향해 “군사정권과 맞서야 한다”고 독려하면서 “식량 및 의약품을 비축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미얀마에선 소수민족 출신의 80대 정계 원로가 직접 무기를 들고 무장투쟁에 합류하는 등 반군부 세력의 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카렌족인 만 조니(80) 전 에야와디 지역 수석장관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1990년부터 지난해 총선까지 국회의원에 4차례 당선됐다.
그는 최근 SNS에 군복을 입고 소총을 든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면서 “쿠데타는 극악무도한 범죄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군부가 나를 죽이지 않더라도 난 죽을 것이다.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생각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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