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인근에서 카카오T 택시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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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Snowball) 효과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사소했던 사안이 언덕에서 구르는 눈 뭉치처럼 순식간에 불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가 그렇다. '문어발' '갑질' 이미지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편리한 서비스 이면에는 항상 뒷맛이 씁쓸하게 남았다.
방아쇠를 당긴 건 지난달 초 택시요금 인상 시도다. 선택제 요금이라고 했지만 기본료가 최대 8800원에 달한다는 소식은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 결정은 김범수 이사회 의장마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조하다 생긴 사고인 셈이다. 플랫폼에 대한 저항이 큰 택시업계의 특수성을 알았더라면 그룹 차원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을 터였다. 158개에 달하는 계열사, 헤어숍·꽃배달 등 골목상권 침해 문제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카카오 시가총액은 며칠 사이 17조원 넘게 증발했다. 당장 다음 달 국정감사는 물론, 코앞에 다가온 대선 의제로 플랫폼 규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그간 택시 혁신을 외치다 숱하게 좌절한 플랫폼의 역사가 카카오에도 반복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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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인상, 기사와 승객 모두를 적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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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은 정부의 주요 물가 안정 품목 중 하나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시 택시요금은 단 4차례 올랐다. 2001년 1600원이었던 기본요금은 2019년 3800원으로 총 2200원 인상됐다. 수년간의 여론 수렴과 서울시 의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친 결과다.
그런데 카카오는 '스마트호출' 우선 배차를 명목으로 최대 5000원에 달하는 추가 요금 인상을 시도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택시의 승차거부가 불법이지만, 온라인에선 편법적인 콜 거부에 '웃돈'을 얹어야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호출시장의 80%를 차지한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가 대중의 눈에 들어온 순간이다.
여론이 나빠지자 카카오는 추가 요금의 60%를 택시기사가 가져간다는 '상생' 논리를 펼쳤지만, 이는 택시업계의 뿌리 깊은 불만을 이해하지 못한 해명이었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그립다'고 말할 정도로 호출·가맹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에 반감이 컸다. 오히려 요금 인상에 대한 승객 불신이 택시업계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손사래를 쳤다.
올 3월 출시한 월 9만9000원의 부가 서비스 '프로멤버십'으로 택시업계와 카카오는 갈등의 골이 깊었다. 기사들은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콜(호출)을 못 받는 현상을 카카오가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와 택시기사 간 종속적 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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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적으로 돌리면? 우버, 타다 번번이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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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당시 '카카오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 노동자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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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택시업계는 준 대중교통이라는 특수성에 더해 강력한 단체행동으로 이권을 지켜왔다. 한 번 파업이라도 하면 교통이 마비될 정도의 실력에 더해 특유의 기동성 있는 여론 형성 능력도 과시했다. 전국의 택시 업계 종사자는 30만명, 가족 구성원까지 포함하면 100만명에 달하는 표심을 자랑한다. 선거철 정치권으로부터 '귀한 몸' 대우를 받는 이유다.
세계적인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마저 2011~2013년 국내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2019년에야 가맹택시 사업을 통해 가까스로 진출했다. 카카오 역시 2018년 카풀(승차공유)을 타진하다 택시기사 분신 등 거센 저항에 직면해 출시 한달 반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강제배차, 쾌적한 환경, 운행기사 매너 등 모빌리티 업계 신드롬을 만들었던 '타다 베이직'의 행보도 택시업계 단체 행동에 가로막혔다. 1년도 안 돼 170만 회원을 모았지만, 택시업계 요구대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사업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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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서비스 혁신은 인정하고 넘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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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가져온 서비스 혁신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카오 택시가 앱 호출을 정착시키며 배회 영업이 줄고, 택시기사 수입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이 성급한 규제보다는 정확히 피해를 따져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이 밥그릇을 빼앗는지 시장을 키운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고 공론화가 이뤄진 다음에 규제를 해도 해야 할 것"이라며 "성급한 규제는 글로벌 플랫폼과 맞서는 국내 플랫폼 전체의 경쟁력을 해칠 우려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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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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