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 전통 깨고 현직 대통령 맹비난
'그림자 대통령' 유세…"콘크리트 지지층 겨냥한 행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자폭테러로 전사한 미국 병사들의 유족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을 둘러싼 정책실패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특히 일부 유족이 만남 제의에 퇴짜를 놓는 상황에서 나온 행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전사자 아버지 대린 후버는 "다정하고 이해심이 매우 많았다"며 "자신이 얼마나 미안한지 말하며 수차례 위로를 전했다"고 감탄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에 국정운영을 함께한 참모들에게서 현 정부의 아프간 정책실패에 대한 보고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그는 보좌진과 함께 아프간 철군 과정과 관련해 50건이 넘는 비판 성명을 내고 자신의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해 정치자금 수백만 달러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CNN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겨냥해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헛소동이고 작년 대선은 부정선거였다고 믿는 지지자들을 위해 모종의 '그림자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관리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현재 활동은 역대 전직 대통령들의 사례와 비교할 때 확연한 차이가 있다.
작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믿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이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현직 대통령급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근 사례를 보면 대통령들은 현직에서 물러나면 일선과 거리를 두고 신중하게 처신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고향 텍사스에 머물며 후임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무 논평도 하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선거운동에 가세하긴 했으나 후임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보진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CNN방송은 "국가적 현안에 개입하지 않는 게 전직 대통령들의 일반적 규칙"이라며 "현직 대통령과 가까운 수준으로 현안을 전면적으로 보고받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들에게 공통된 관행이 있기는 하지만 개별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는 각자 만들어갈 몫이라는 시각도 있다.
WP는 "전직 대통령은 일종의 고유한 직책을 맡는다"며 "임기가 죽을 때까지이고 허락된 불특정 시간에 극소수에게만 허용되며 더 추상적인 종류의 권력을 어떻게 행사할지는 각자 생각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독특하게 예외적인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는 퇴임 때까지도 애리조나, 조지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에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후임자의 정통성을 공격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과 아프간 철군을 실패로 규정하며 실질적인 권력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CNN방송은 "간단히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선거운동이 계속되는 것처럼 계속 행동한다"며 "단합을 호소하기보다는 자신의 말이라면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지지층을 위해 잘못된 주장을 밀어붙이며 심한 도박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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