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쿤드 아프간 새 정부 수반 첫 인터뷰
“외교관·국제 구호기관도 안전 보장”
유화 제스처에도 국제사회 의심 여전
1999년 아프가니스탄의 외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의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오른쪽).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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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새 과도정부 수반이 국외로 탈출한 관료들의 귀국을 촉구하며 “모두 사면하겠다”고 재강조했다. 자국 내 외국인 200명의 출국을 허락하는 등 유화 제스처도 내놓았지만, 의심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아프간 총리 대행은 8일(현지시간) 아랍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해외로 도피한 전 정부 관료들한테 “안전과 무사를 보장하겠다”며 아프간으로 귀국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국제사회를 의식한 듯 “탈레반 정부는 외교관이나 대사관 및 인도주의적 구호기관의 안전을 보장한다”며 “중동 지역 및 그 밖의 국가와 긍정적이고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탈레반은 지난달 30일 미군 철수 이후 처음으로 미국인 등 외국인 200여명이 전세기를 이용해 아프간에서 출국하도록 허용했다.
아쿤드 대행은 탈레반 지도자들이 아프간 국민 앞에 국정 운영이라는 ‘큰 책임과 시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프간의 역사적 순간에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인명 피해를 입었다”며 “아프간에서의 유혈, 살해, 경멸의 단계는 끝났고 우리는 이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01년 이후 미국 정부를 지원한 모든 아프간인의 사면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은) 이전의 행동에 대해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며 “‘복수의 대상’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기자회견 하며 새 정부 구성원을 발표하고 있다. 카불=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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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는 탈레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 정부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숙달된 관료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탈레반에 변화의 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전날 탈레반이 발표한 과도정부 내각 명단 33명 중 무려 26명이 1차 집권기(1996∼2001년)에 고위직을 맡은 인물이거나 그들의 2세다. 소수민족 출신은 3명에 그쳤고 여성은 아예 배제됐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과거 탈레반 정부와 다를 바 없다”며 “국제사회 인정을 받기 힘들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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