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명론…민심·국민이 원한다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은 각각 기업인과 검사 출신이다. 비정치인이었지만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안 대표는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현상' 혹은 ‘안풍'을 일으키며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2012년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사람들 눈에 구체제라고 느껴지는 것들을 극복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미래 가치'를 갈구하는 민심"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윤 전 총장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 세우다 올해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사퇴 이후에도 부친와 함께 4·7 재보선 사전투표에 나서면서 관심을 받았고 7월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윤 전 총장은 공보팀을 통해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며 출마 및 정계 진출 이유를 밝혔다. 두 인물 모두 '소명론'을 들고나온 셈이다.
2. 야당과 교감…정권교체 명분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자신의 선거캠프인 "진심캠프"에서 정책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2.10.07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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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공통점은 당시 야당 진영과 가까이 하며 정권교체를 기치로 출마했다는 점도 있다. 안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안풍을 타고 대선에 나섰지만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는 2012년 11월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며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또 "정권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며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 역시 정권교체를 정계 진출의 최대 지향점으로 삼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7월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회동 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정권교체의 필요성과 상호 협력,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는데, 안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이 나오셔서 정권교체가 가능하겠구나라는 희망을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3. 중도·독자노선 외쳤지만 보수와 손잡아
안 대표와 윤 전 총장 모두 출발은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서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하면서 '보수'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안 대표는 출마 당시부터 '새 정치'를 말했다. 여당에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야당 후보를 찍을 수는 없는 무당층 내지 중도층을 지지 기반으로 삼았다. 2013년 12월 무소속 의원을 지낼 당시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으로 선거캠프 사무실을 제3지대인 서울 종로구 공평빌딩에 꾸리기도 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도 여러 차례 "기성정치 문법을 버리고 새로운 문법을 꼭 찾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안 대표는 2018년 개혁보수를 기치로 한 바른정당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창당해 보수진영과 손을 잡았다. 2020년 총선 이후로는 주요 사안에서 국민의힘과 정책 연대를 이뤘던 데 더해 국민의힘이 마련한 무대에서도 자주 모습을 비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1.9.7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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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 역시 서울 광화문 인근에 사무실을 열며 기존 여의도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입당 전인 6월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 측은 "보수, 중도, 진보 그리고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탈진보 세대까지 아우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월 20일 대구를 방문하기에 앞서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면서 중도 외연 확장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윤 전 총장의 캠프 구성, TK·PK 중심의 현장 행보가 이어지면서 외연 확장에 대한 시도는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7월 라디오 방송에서 "제가 걱정하는 것은 그의 메시지가 중도를 포기한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4. 철수정치·전언정치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은 별명의 의미가 비슷하다는 점도 있다.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후보와 2012년 야권 단일 대선 후보 자리를 양보하면서 '철수(撤收)정치'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합당 등 정치적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지 않고 숙고의 시간이 길어지는 일이 잦차 ‘간철수'라는 별명도 생겼다.
윤 전 총장은 '윤차차' ‘전언정치'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이 주변인과 대변인을 통한 전언정치만 하고 있다"며 "별명이 오죽하면 '윤차차'겠느냐"고 했다.
5. 내년 3월 안·윤 정치적 운명은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닮은 점이 주목받으면서 윤 전 총장이 안 대표와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걷게 될지에 대한 정치권 관심이 많다. 이태규 전 국민의당 최고의원은 지난 1월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부분에 있어서 두 분은 공통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선거캠프 사무실이 여의도 밖에 위치한 것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여의도 정치에 숙달된 분들과 거리가 있는 분들이 보통 여의도 아닌 곳에 캠프를 차리려고 한다"며 "여의도를 회피하면서 정치하는 분들은 대부분 성과가 안 좋다"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라디오 방송에서 "안 대표가 사실 윤 전 총장 1기"라며 "'안철수 신드롬'이 점점 저물었던 이유가 모호한 화법 때문에 그렇다. 윤 전 총장도 화법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제완 기자/윤시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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