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들, 미군 주둔 20년동안 인권 의식 높아져
탈레반, 새 과도 정부에 여성 미포함 등 기존 약속 어겨 신뢰 하락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서 여성들의 반 파키스탄 시위를 탈레반 병사가 지켜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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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이슬람 무장정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지 약 3주만에 새 과도 정부 구성안을 발표했지만 현지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여성들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는 과거 6년 탈레반 집권 시기(1996~2001년)때와 달리 미군 주둔 시기를 거치면서 인권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아프간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탈레반에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진행됐다. 탈레반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공중에 발포하기도 했다.
앞서 아프간 제 3의 도시인 서부 테라트에서는 지난 2일부터 여성 50여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과 아프간 남서부 님로즈에서 여성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탈레반은 7일 헤라트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카불에서의 여성시위 진압 과정에서도 탈레반이 터뜨리고 경고사격면서 머리에 피를 흘리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기도 했다.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 달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우리는 함께다. 겁내지 말자”고 외쳤다.
30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걸어 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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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집권 1기 당시 탈레반에 심한 박해와 피해를 당했던 아프간 여성들은 20년 간의 아프간 전쟁 기간 중 미국 등 서방의 지지와 원조 아래 교육과 직업의 사회활동에서 큰 변화와 진전을 몸소 체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은 아프간 장악 이후 집권 1기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지만 여성들은 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 재집권으로 자신들의 상황이 과거로 돌아가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탈레반은 이날 과도 정부 구성을 발표하면서 여성들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BBC는 탈레반이 이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선언하면서 여성 장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탈레반은 또한 민간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에게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는 '니캅'과 목 아래 몸 전체를 덮는 '아바야' 착용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모든 여성에게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고 근로와 교육을 아예 금지한 집권 1기와 비교하면 진보한 결정이지만, 지난달 15일 카불을 점령한 뒤 "히잡을 쓴 여성의 교육과 근로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서는 후퇴한 것이다.
이밖에도 탈레반은 남녀 출입구를 분리하고 하교 시 남녀 학생이 어울리지 못하도록 여학생은 5분 일찍 수업을 마쳐야 한다는 규정을 발표하면서 여성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정부 수반 등 과도 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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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카불에서는 남성들이 중심이 돼 파키스탄 때문에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겠다고 비난하는 시위행렬도 이어졌다.
탈레반의 저항군 섬멸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세력이 바로 파키스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정보국장 파이즈 하미드는 카불에 상주하고 있다.
사람들은 카불 시위에서 "우리는 파키스탄이 만든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파키스탄은 물러나라"고 성토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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