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창 행정안전부 차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세부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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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월세 100만 원짜리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6)는 6일부터 신청이 시작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대상자다. 연 소득 5800만원 미만의 1인 가구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김씨는 “돈이 들어오니까 좋긴 한데 과연 내가 받아도 되는 것인지, 지원금이 맞게 쓰이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직장인 B씨(34)는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가 ‘보험료 지급 초과’라고 뜨던데 건강보험료(건보료)가 결국 세금 아니냐. 세금도 많이 내는데 돌려받지도 못한다”고 억울하다고 했다.
6일 인터넷과 SNS를 통해 대상자 심사를 받은 시민 중에는 “받아도 기분이 찝찝하고 안 받으면 더 기분이 나빠진다”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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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도, 88%도 “기쁘지 않다”
6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블라인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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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걸 반기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지원 대상자인 직장인 강모(27)씨는 “부모님과 세대 분리가 돼 대상자가 된 것 같은데 솔직히 나는 25만원이 당장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받으면 ‘꿀’이지만 그렇게 기쁘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12%로 선을 그을 거면 차라리 하위 12%에 집중해 당장 힘들고 어려운 사람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무원 이모(25)씨는 “88%나 되는 많은 사람에게 줘도 되나 싶다. 이렇게 많이 퍼주고 또 무슨 명목으로 다시 빼앗아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직장인 박모(35)씨는 “집도 없고 차도 없는데 내가 상위 12%라니 기준이 좀 헷갈린다. 억울하다고 하면 88% 쪽에서는 분명 ‘부자인 거 자랑하냐’고 할 것 같아 맘 편히 말하기도 어렵다. 결국 국민만 갈라치기를 하는 정책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 옆자리 강남 사는 외벌이는 받고 맞벌이 전세 사는 나는 못 받았다”, “아내랑 둘이 합쳐서 실수령 월 600도 안 되는데 왜 내가 상위 12%냐”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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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88%…기준은 ‘6월 건강보험료’
전 국민의 88%에게 25만원씩 지급하는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신청이 시작된 6일 서울 마포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콜센터가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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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대상을 가르는 소득은 올해 6월 부과된 본인 부담 건보료의 가구별 합산액을 기준으로 따진다. 1인 가구는 연 소득 5천800만원 이하가 받게 돼 지난 6월 건보료가 17만원 이하면 지급 대상이다. 4인 가구는 직장 가입자 기준 외벌이는 31만원, 맞벌이는 39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런 기준을 충족해도 가구원의 지난해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9억원을 초과하거나 작년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을 넘으면 고액 자산가로 분류해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 선정 결과에 관한 이의 신청도 받기로 했다. 온라인 국민신문고를 통하거나 주민등록 주소지 기준 동 주민센터에서 하고, 심사 결과는 동 주민센터에서 통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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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성화 되겠지만, 임시방편적 정책”
지난 8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스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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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게 더 맞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 당정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소득 감소 반영해 코로나 19 피해 계층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소득 상실과 생계 위기에 처한 시민들의 회복에 초점을 맞춰 준비돼야 한다”며 “실질적 피해와 소득 감소의 정도가 지원액에 반영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도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번 지원금으로 경제가 조금 활성화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임시방편적이고 일시적인 정책”이라며 “지원금에는 여러 목적이 있으니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장 근본적인 소득보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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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받아야지’ 생각 부추기는 안 좋은 선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하위 88%’라는 단어가 보여주는 어색함이 이번 재정 지출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왜곡됐는지 보여준다”며 “정치권에서 대상을 선별하느냐 전 국민에게 지급하느냐 고민하다가 어정쩡한 정치적 타협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국민이 돈에 대해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는 식으로 학습되는 게 굉장히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남들이 받을 때 나도 받아야 한다’는 심리를 부추기면 합리적인 정책인지를 판단하지 않고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는 지금 안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며 “코로나 19에서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은 사람을 중심으로 충분히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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