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통화유통속도 0.60…역대 최저
*자료: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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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6일부터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푼 돈은 지난 6월까지도 제대로 시중에서 돌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돈은 역대 최대로 풀렸지만 늘어난 돈이 투자, 고용 등 생산적인 곳으로는 여전히 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0%대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돈을 쓰기보다 보유하려는 성향이 높아지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연 0.50%의 역대 최저 수준 기준금리를 0.75%로 올린 가운데,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앞으로는 시중에서 돈이 도는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6일 한은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광의통화량(M2)으로 나눈 값인 통화유통속도는 지난 6월 기준 0.60으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통화유통속도란 일정 기간에 통화가 거래에 사용되는 횟수를 뜻한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지면 그만큼 돈이 시중에서 돌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작년 2분기 코로나19 충격으로 분기 명목 GDP는 474조6695억원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1분기 501조2481억원, 2분기엔 511조원 규모까지 늘었다. 이처럼 경기가 개선되면서 통화유통속도 공식의 분자가 커지긴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분모 역할을 하는 M2도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에 통화유통속도는 작년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순환되는지 보여주는 또다른 지표인 통화승수 역시 지난 6월 기준 14.22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14.17)보다는 오른 수준이긴 하지만, 여전히 14 초반 수준으로 한은이 통계를 집계한 2001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통화승수는 광의통화량(M2)을 본원통화량으로 나눈 값으로 중앙은행이 화폐 1원을 공급했을 때 시중 통화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런 가운데 M2는 6월 기준 3411조9000억원으로, 직전달 대비 26조8000억원 늘었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에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을 비롯해 머니마켓펀드(MMF)·2년미만 정기예적금·수익증권·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M2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4월 말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정책 등을 통해 돈을 시장에 푸는 것 뿐 아니라, 생산적인 곳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전히 기업투자나 고용이 저조한 데에는 물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고용을 늘렸을 때의 인센티브를 줘야 막혀있던 돈의 흐름이 뚫린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1곳의 32.2%만 채용 계획을 세웠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54.5%), 한 명도 뽑지 않을 것(13.3%)이라고 응답했다.
자산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실물경제보다 금융, 부동산시장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돈이 도는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결국 금융계좌에서 돈이 잠자고 있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늘리면, 그만큼 자산가격이 급등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효과와 코로나 경제위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통화량 증가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경제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통화량이 1.0% 증가할 때 주택가격은 1년에 걸쳐 0.9%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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