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이 최루탄을 쏘고 공포탄을 발사하며 여성 시위대 해산시켰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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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이날 여성 수십 명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아프간 대통령궁 인근에서 행진에 나섰다. 시위대의 대다수는 부르카를 입지 않은 채로 얼굴을 드러냈고,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탈레반 조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함께다”라며 여성의 교육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팻말에는 “내각에 여성을 포함하라”, “자유는 우리의 모토”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아지타 나지미는 현지 톨로뉴스에 “25년 전 탈레반이 집권했을 당시 나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며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딸이 학교에 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부르카 착용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아프간의 여성 인권 시위는 지난 2일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약 50명 규모로 시작해 3~4일 수도 카불 등 여러 곳으로 확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그간 시위대 옆에 머무르면서도 시위를 격렬하게 제지하지는 않았던 탈레반이 최루탄 등을 쏘며 강제 해산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3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시위하는 여성들. [로이터=연합뉴스] |
시위 진압 과정에서 한 여성 참가자는 탈레반 대원의 폭행으로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리기도 했다. 이날 영국 BBC방송은 “탈레반 지도부는 시위가 통제 불가능 상태가 됐다는 이유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달 17일 카불 점령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이 일하고 공부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히며 여성에 대한 탄압을 멈추겠다고 선언했지만, 한 아프간 여성이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사살되는 등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당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여성의 취업과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등 인권을 탄압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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