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열린 시험엔 총 3144명이 응시해 평균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57명이 합격했다. 수사경찰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수사 지원이나 행정 경력을 제외하고 순수 수사에 참여한 경력이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경찰청은 매년 100명 내외 인원만 선발해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지난달 9일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인근에서 만난 박상민 전북익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사진 왕준열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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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책임수사관 수사 분야 수석 합격
전북 익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인 박상민(39) 경감은 제2회 책임수사관 선발시험의 수사분야 수석 합격자다. 2회 시험엔 수사·형사·사이버 등 3개 분야별로 각각 284명, 600명, 68명 등 총 952명이 지원해 35명, 26명, 5명 등 총 66명이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지난달 9일 전북 익산에서 만난 그의 첫인상은 수수한 30대 경찰관의 모습이었다.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박 경감은 2006년 경찰대(22기)를 졸업한 뒤 줄곧 전북 관내에서만 근무했다. 스스로 “인지나 기획수사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아 거창한 사건을 수사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6년 경력의 대부분을 강력팀, 경제팀, 외사계, 형사팀 등을 두루 거치며 최일선 수사부서에 몸담았던 경험은 수석 합격의 밑거름이 됐다.
책임수사관 선발시험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수사부서에 몸담고 있고, 어느 정도 수사 경력이 있는 수사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선발시험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수사관 자격 제도가 일선 수사경찰들에게 어느 정도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박 경감은 “수사 부서 내 희망 보직 우선 배치라는 메리트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박상민 경감이 2006년 경위로 임용 당시 경찰대학 참 경찰인 탑 앞에서 찍은 사진. 사진 박 경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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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고맙다는 말에 보람 느껴”
16년 경찰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을 물었더니 소박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건 당사자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도 그랬다.
2018년 3월 전북 완산경찰서 형사팀 근무 시절 담당한 스토킹 범죄 피해 사건. 3개월간 교제한 남성으로부터 6개월간 지속적으로 스토킹 피해에 시달려 온 한 여성의 사연이었다.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의 집 앞을 다녀간 흔적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시로 올리고 피해 여성 동생의 초등학교까지 찾아다녔다. 피해 여성이 박 경감을 만난 시점은, 6차례 경찰 신고와 2차례의 고소가 모두 반려된 이후였다. 범죄 내용이 불충분하다거나 관할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Q : 스토킹 피해 여성을 어떻게 도왔나.
A : “당시만 해도 범죄가 수반되지 않는 단순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는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10만원)이 부과되는 것 외에는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 피해 여성분이 자료들을 많이 준비해서 주거침입으로 고소를 했던 사건이었다. 로스쿨에서 아파트 같은 공동주거의 경우, 공동현관이나 계단까지만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배운 사실이 생각났다.”
Q : 스토킹한 전 남자친구는 어떤 처벌을 받았나.
“주거침입죄가 인정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분이 ‘고맙다’고 해주시고 사건이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올해 10월부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 징역 3년 이하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물릴 수 있다.”
박상민 경감과 김명희 경위. 두사람은 박 경감이 전북경찰청 전경대 근무시절 만나 2009년 결혼했다. 그는 "스무살 이후 자신을 키워준 것은 8할이 경찰이다. 부인도 경찰로 근무하며 만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 박 경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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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업무 병행하며 로스쿨 졸업
박 경감 설명대로 그는 지난 2018년 3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올해 1월 제10회 변호사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2011년 경제팀 근무를 하면서 ‘내가 민사법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구나’하고 느껴서 기회가 된다면 법학 공부를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로스쿨에 진학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대 출신이 로스쿨 학업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대해 그는 “근무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저 개인적으로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 “다만 법적 전문성이 경찰 업무에도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책임수사관에 선발된 것은 자부심이자 부담이기도 하다. 그만큼 책임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박 경감은 “무엇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스스로 수사 주체가 돼서 수사 결과를 도출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부담감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인근에서 만난 박상민 전북익산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사진 왕준열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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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수사권 조정에 따른 업무 부담도 크다고 하는데.
A : “수사심사관의 평가와 검증을 받아야 하니 업무가 더 늘어나거나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 수사관 인력이 증원된다면 그만큼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사건 수는 줄어들 거고, 한 건 한 건에 대해서 좀더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수사 인력을 일선 수사 현장에 추가 배치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또한 수사관 개인 성과에 대해 상응하는 포상과 인정이 뒷받침됐으면 한다”
Q : 앞으로 목표는.
A : “범죄와 불법에는 단호히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얘기를 최대한 들어주는 그러한 수사관이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본다면, 자기 갈 길을 묵묵히 가면서도 한 번씩 자기 자신에 대해 돌이켜보고 성찰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읊었을 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별처럼….”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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