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과 압둘 카하르 발키 통역인.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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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20년 만에 재집권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공식 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의 도움을 받아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보도한 인터뷰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중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며 특별한 기회를 제시했다"며 "그들은 아프간에 투자하고 재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로를 개방해 세계적 영향력을 높이고자 하는 인프라 구상인 중국의 일대일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대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개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동과 인도, 중앙아시아를 잇는 아프간은 이 같은 일대일로 확장의 핵심 길목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또 "우리는 풍부한 구리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투자로 광산이 다시 가동되고 현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투자 유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전 세계 시장으로 가는 통행권"이라고 덧붙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바라다르 탈레반 부지도자. [중국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
중국도 미국이 빠져나간 아프간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3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 측이 카불 주재 중국 대사관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탈레반 정치사무소의 고위 간부인 압둘 살람 하나피가 우장하오(吳江浩)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전화 통화를 했을 때 중국 측은 이같은 의사를 밝히면서 아프간의 코로나19 치료 등에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리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25일에는 왕위(王愚·55) 중국 대사가 카불에서 탈레반 대표단과 만나 공개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카불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을 철수시킨 서방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카불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탈환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간부 아나스 하카니(가운데 오른쪽)가 18일(현지시간) 카불에서 하미드 카르자이(가운데 왼쪽)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오른쪽 두 번째)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 등 아프간 전 정부 측 인사들과 회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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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탈레반은 이르면 이날 중 새 정부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다. AF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3일 오전 기도회가 끝난 뒤 탈레반이 내각 명단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톨로뉴스 등 아프간 현지 언론도 전날 새로운 정부 구성 발표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같은 '신정체제(神政體制)'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 '은둔의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새 정부의 최고 지도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쿤드자다가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처럼 국가의 영적 최고지도자를 맡고 그 아래 대통령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에선 기존 탈레반 고위 인사들도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푸트니크통신은 최근 탈레반이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외무장관에,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이자 군사작전을 총괄해온 무하마드 야쿠브가 국방장관에,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 칼릴 하카니가 내무장관에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이날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내각 수반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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