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수뇌부 "협력 가능…실용적 관계"…영 "새로운 현실 적응해야"
아프간전 종전 (PG) |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과의 협력 가능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탈레반 정권 재창출로 아프간 내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세력의 위협이라는 또 다른 난제 해결을 위해 손을 맞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미국은 아프간인들이 점점 더 큰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탈레반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철군에 앞서 몇 주 동안 미국인과 아프간 내 조력자의 철수를 보장하기 위해 탈레반과 협력한 바 있다.
NYT는 "증가하는 인도주의적, 경제적 위기는 더 많은 아프간인이 탈출구를 찾도록 밀어붙일 수 있다"며 계란, 밀가루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식품 가격이 급등했고, 수십만 명의 아프간인에게 유엔이 배급하는 비상식량은 이달 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원조는 고갈됐다고 전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EPA=연합뉴스] |
특히 극단주의 테러 조직 IS를 포함한 테러 세력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공조가 관심사다.
미 국방 수뇌부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위협과 관련, 탈레반과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아프간에서 IS를 포함한 테러 세력 대응을 위해 탈레반과 협력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카불공항 철수 과정에서 탈레반과 협력한 것이 반드시 미래 모델일 필요는 없다면서도 전쟁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일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철군 기간 탈레반과 미국의 관계는 매우 실용적이고 사무적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IS에게서 공통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다만 '20년 전쟁'을 치른 탈레반과의 관계 설정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AP통신은 미군 철수 때 탈레반과의 협력과 관련, "양측 모두에 편의상 문제였으며 앞으로 정기적인 관계를 추구하거나 심지어 원할 것이라는 신호는 아니다"며 "전쟁이 끝난 지금 미-탈레반 관계의 범위와 성격은 풀어야 할 주요 문제 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동맹국들도 비슷한 고민에 놓여있다.
NYT는 "미국과 동맹국들은, 새 정부를 구성할 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테러 감시 목록에 남아있는 탈레반과의 관계를 재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부 국가는 아프간에 남은 민간인을 빼내기 위해 탈레반이나 지역 파트너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남은 영국 국적자 등의 구출 관련 협의를 위해 카타르를 찾은 도미닉 라브 영 외무장관은 당장 탈레반을 인정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우리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며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탈레반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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